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아이돌 그룹이 통상 ‘7년차 징크스’를 겪는다고 하지만, 이런 난관(?)까지 쉽게 극복한 방탄소년단의 질주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은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전인미답의 고지다. 이미 모든 예상을 뛰어넘은 터라 그들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 그래서 이 시점에 다시 한 번 물을 필요가 있다. 방탄소년단은 영속할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말 북미 투어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SNS를 통해 “최우선인 모두의 안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BTS MAP OF THE SOUL TOUR’의 북미 투어 일정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MAP OF THE SOUL : 7’ 글로벌 기자간담회 당시의 방탄소년단. 사진=obe Photoshop 2020 Macintosh 제공
#첫 삽도 뜨지 못한 월드 투어, 직격탄 맞은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BTS)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말 북미 투어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 SNS를 통해 “최우선인 모두의 안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BTS MAP OF THE SOUL TOUR’의 북미 투어 일정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이어 “4월 25일부터 6월 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BTS MAP OF THE SOUL TOUR’의 북미 투어 일정이 연기된다”며 “새로운 공연 날짜와 관련된 추가 정보는 가능한 빨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초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독일, 스페인 등 17개 도시 37회에 걸친 1차 투어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월드투어의 시작일인 4월 11일 서울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는 현재 코로나19 선별진료소가 차려졌다. 미국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운영이 중단됐다.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상황이었다.
다음 행선지였던 일본은 한국으로부터의 입국 자체를 막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공연 진행은 언감생심이다.
그 이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던 영국, 독일 등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뚜렷한 유럽이다. 각 국가들이 공연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들이 먼저 “오빠들의 안전을 위해 공연 진행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낼 만한 상황이다.
이는 방탄소년단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2018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러브 유어셀프’ 투어와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로 세계 23개 도시, 62회에서 약 20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인당 티켓 가격을 10만 원만 잡아도, 누적 매출이 무려 2060억 원이다. 현장에서 판매되는 굿즈(goods)의 매출이 상당한 것을 고려할 때 공연 취소로 인해 감소되는 매출액은 천문학적인 수치다.
최근 빅히트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매출은 58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724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9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돼 올해 월드투어가 전면 중단된다면 이 매출은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가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란 것이다. 빅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가요계 3대 기획사로 꼽히는 SM엔터(404억 원), JYP엔터(435억 원), YG엔터(20억 원)가 공시한 2019년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수치(약 859억 원)보다 많다.
물론 지금까지의 실적만 보더라도 상장 여건은 충분하다. 시가총액 4조 원 이상의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대규모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면 상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여러 주변 여건 상 기업 가치가 예상치보다 낮게 책정될 수 있다”며 “또한 앨범 판매 및 공연이 주된 사업이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코로나19와 같은 외부적 변수에 취약하다는 것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MAP OF THE SOUL : 7’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진은 “입대 관련해서는 정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거라고 생각이 든다. 정말 아시다시피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다. 그리고 항상 만약에 (입대가) 결정되더라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obe Photoshop 2020 Macintosh 제공
#함부로 거론하기 어렵지만, 현실로 다가온 군 입대
군 입대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남성 연예인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의무이자 당면과제다. 법적으로 연기가 가능한 시기까지 입대를 미루다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면 30대가 되기 때문에 아이돌로서 정점을 지나게 된다는 것이 통념이다.
방탄소년단은 당장 1992년생으로 맏형 격인 진이 연말쯤 입대할 가능성이 높다. 막내 정국은 1997년생으로 5년의 차이가 있다. 각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입대한다면 진의 입대 이후 산술적으로 방탄소년단이 7명 ‘완전체’로 활동을 재개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7명이 동반입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빅히트 측은 방탄소년단의 입대 계획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낸 바 없다. 이는 아미들 사이에서도 불문율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의 군복무와 관련된 기사에는 엄청난 악플이 달리고,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도 항의 메일이 빗발칠 정도다.
하지만 빅히트나 방탄소년단은 이를 피하지 않고 있다. 2월 말 방탄소년단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 7’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는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우려로 취재진 입장 없이 유튜브 생중계됐다. 빅히트 측은 취재진으로부터 미리 받은 질문에 각 멤버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 중 진을 비롯한 멤버들의 군복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진은 “입대 관련해서는 정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거라고 생각이 든다”면서도 “정말 아시다시피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사실 말씀드리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라고 답했다.
온라인 기자간담회의 특성상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이 이 ‘불편한 질문’을 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진은 “병역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지 응할 예정이다. 그리고 항상 만약에 (입대가) 결정되더라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이며 긍정적 이미지를 확대했다.
군복무로 인한 멤버들의 공백은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방탄소년단에게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 그들이 나이를 먹어가는 사이, 또 다른 후배 아이돌이 그들이 밟은 길을 따라올 것이고, 새롭게 아이돌의 팬덤으로 편입되는 나이 어린 팬들에게는 방탄소년단보다 또래 신생 아이돌 그룹이 더 친근할 수 있다. 병역 의무를 마친 후의 방탄소년단,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유사 이래 가장 단단한 유대 관계를 가진 팬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퍼플 라인 캠페인 등을 통해 스스로를 제어할 줄도 안다. 방탄소년단 데뷔 전 연습생 시절부터 자주 찾아 배를 든든하게 채워 준 단골 식당으로 이제는 아미들의 성지순례 코스가 된 유정식당. 사진=임준선 기자
#아이돌과 팬덤, 그 이상!
숱한 아이돌 그룹이 7년차 징크스를 겪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표준계약서 상 소속사와 연예인이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은 7년이다. 그래서 신인 시절 소속사와 7년 계약을 맺은 이들이 스타가 된 후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2018년 하반기 일찌감치 빅히트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이 1년 이상 남아 있었지만,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나올 수 있는 여러 억측을 막고 오로지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의미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게다가 기간이 무려 7년이다. 톱스타가 이처럼 장기 계약을 맺는 건 이례적이다. 통상 3년 이내이며 매년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톱스타도 적잖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단순한 앨범 발표가 아니라 각 앨범에서 앨범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상으로 자리매김했듯, 장기 플랜을 위해서는 넉넉한 계약 기간이 수반돼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은 서로에 대한 단단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또 다른 이야기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일단 그룹이 스타덤에 오르면 소속사와 스타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도 멤버 간 갈등과 이해관계가 달라진다”며 “방탄소년단은 이런 통상적인 우려까지 극복하며 가요계에 전례 없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아미’로 귀결된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유사 이래 가장 단단한 유대 관계를 가진 팬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동시에 퍼플 라인 캠페인 등을 통해 스스로를 제어할 줄도 안다.
엄밀히 말해, 아이돌 그룹은 대중 그룹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가 그들의 노래를 알고 그들을 좇지 않는다는 의미다. 철저히 팬덤 위에 성장한다. 대중은 그들을 모를지언정,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가진 팬덤이 견고하게 그들을 지지한다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과 단단함은 기존 그 어떤 아이돌 그룹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아미는 국경이 없다. 국내에서는 신규 보이그룹이 쉼 없이 쏟아진다. 특정 그룹을 지지하던 팬들이 새로운 그룹으로 ‘옮겨 타는’ 경우도 적잖다. 하지만 해외 팬덤이 바라볼 때,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는 고유하다.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는 그룹이 아니라는 의미다. 방탄소년단 이전에는 K팝 그룹에 아예 관심이 없던 해외 팬들이 많다. 그들은 방탄소년단 이후에도 또 다른 K팝 그룹을 굳이 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U2 등 세계적 그룹이 장년층이 된 후에도 전세계 팬들과 호흡했듯 방탄소년단 역시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해외 그룹은 한국에 비해 생명력 굉장히 긴 편이다. 팬들이 오랫동안 곁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문화적 특성상 열애와 결혼, 그리고 각종 스캔들 등 개인사는 스타들의 사생활로 남겨두고 오로지 콘텐츠를 기반으로 추종하는 경우가 많기에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나이, 활동과 관계없이 평생 동안 아미와 함께 가는 존재로 남는 첫 K팝 가수로 등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