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나 시민단체를 통한 공익신고가 많지만 이들 단체는 법적으로 공식 신고기관이 아닌 만큼 반드시 국민권익위원회 등 신고기관에 다시 정식으로 신고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우선 언론이나 시민단체를 통한 공익신고는 반드시 공식 신고기관에 다시 정식으로 신고해야 보호받을 수 있다. 언론 등은 법적으로 공식 신고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나 지자체 등 감독기관, 국회, 사법기관 등 법률에 명시된 공식 신고기관을 통해야 제보에 따른 신원·신변 위협이나 해고·전보 등 불이익 조치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은 2012년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KT가 ‘제주 7대 자연경관선정 투표’에서 국내전화를 국제전화로 속여 소비자들에게 국제전화 요금을 청구하는 등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KT는 이 대변인을 해고했지만 권익위에 해당 내용을 신고한 덕에 복직할 수 있었다. KT는 이후 그에게 감봉 1개월을 내렸지만 이 조치도 권익위 권고로 취소됐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소장인 이상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신고자들은 수사기관이나 권익위에 신고했을 때 진실규명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와 언론에 터뜨리면 관심 갖고 움직일 것이란 기대를 갖고 언론에 제보한다”며 “그런 경우 언론에 먼저 제보하고 공식 신고기관에 해당 내용을 다시 제보하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사전에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전문가에게 검토와 자문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와 내부제보실천운동, 한국청렴운동본부, 호루라기재단,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한국투명성기구 등 시민단체가 내부고발자를 지원한다. 제보자들의 실제 경험과 판례를 토대로 어떻게 제보해야 하는지 요령과 준비 서류, 절차 등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다.
K스포츠재단 과장이었던 박헌영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는 “권익위 등을 통해서 제보해야만 공식적인 공익제보로 인정받을 수 있고, 거쳐야 할 여러 절차와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는데 이는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다”며 “시민단체를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팜한농 산업재해 은폐 사실을 폭로한 이종헌 씨는 “공익신고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협의하면서 법률적 지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상대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자료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스포츠재단 과장이었던 박헌영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는 공익신고 절차와 방법이 복잡한 만큼 제보를 하기 전에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전문가나 시민단체에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사진=최준필 기자
공익신고에 앞서 신고 행위를 한 집단이나 개인에게 특혜를 요구하면 법적으로 인정·보호받지 못한다. 공익신고를 빌미로 근무조건상 특혜를 요구하거나 금품을 요구하는 것도 공익제보법에 따른 보호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회사가 자신을 해고하려고 할 경우 회사의 문제를 폭로할 테니 해고하지 말라고 협박하거나 돈을 요구하면 공익신고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제보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제보 후 들이닥칠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숙고해보라는 조언도 나온다. 준비 없이 의지나 마음만으로 행동했다가 도중에 후회하고 괴로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선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국장)은 “못 본 체 눈 감았을 때 양심의 고통과 공익제보를 했을 때 올 삶의 고통을 솔직하게 분석해보고 끝까지 책임지고 지켜낼 수 있을 때 (내부고발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급한 마음을 먹거나 공포에 쌓이면 여러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중심을 잡고 유혹이 오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분별해 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헌 씨도 “공익신고를 결심했다면, 결국 해고와 소송, 경제적 고통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맞닥뜨릴 것임을 감안하고 본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해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요신문i 특별취재팀
(이수진 박형민 김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