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힌드라 투자 철회에 쌍용차 휘청
지난 4월 6일 쌍용차는 정부와 금융당국에 ‘SOS’를 요청했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는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에서 “대주주인 마힌드라의 투자 약속 철회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노동조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정부와 대주주의 자금지원을 통해 회생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앞서 4월 3일 마힌드라는 특별이사회를 열고 쌍용차에 대한 23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마힌드라는 “오랜 심의 끝에 현재 현금 흐름과 예상 현금 흐름을 고려해 쌍용차에 신규 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쌍용차에 자금을 마련할 대안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쌍용차 스스로 살 길을 찾으라는 통보인 셈이다.
마힌드라 철수에 대해 쌍용차는 선을 그었다. 마힌드라가 향후 3개월간 4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당초 계획된 투자를 철회한 것은 마힌드라 내부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힌드라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도에 21일간 전면봉쇄 조치가 내려져 그룹 설립 최초로 금융권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힌드라의 3월 인도 내 자동차 판매량은 88% 급감했다. 특히 4월 4일에 예병태 대표가 쌍용차 이사회 의장 파완 고엔카에게서 철수 뜻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투자금 2300억 원도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병태 대표는 “마힌드라의 투자금은 올해 당장 필요한 긴급 자금이 아니라 향후 3년간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표로서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최악의 비상시국에 직면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쌍용차 어려움 닥치자 또다시 정부에 SOS
쌍용차는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2월 말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200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4월 6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임직원 급여, 이자 비용 등 판매관리비로 5495억 원을 지출했다. 향후 급여, 이자 비용, 감가상각비 등을 최소한으로 잡아도 분기당 225억 원이 고정비용으로 나간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의 차입금 규모도 단기 2500억 원, 장기 1600억 원에 이른다. 당장 7월 산업은행에 9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면서 위기에 몰리게 됐다. 쌍용차가 이 위기를 타파할 카드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쌍용차 제공
쌍용차는 유휴자산인 부산물류센터 토지를 매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해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미 쌍용차는 지난해 △임원 20% 축소 △임원 급여 삭감 △노동자 상여금 반납 △노동자 복지혜택 축소 등을 단행했다. 의료비, 학자금 지원 축소 등 22개 복지혜택을 없애거나 중단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금액이 1000억 원 수준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투자금과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총 5000억 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 흑자 전환을 이룬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입장이 바뀌면서 당장 차입금부터 막아야 할 처지가 됐다. 산은은 지원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산은의 지원은 쌍용차 생명 연장의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쌍용차 지원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사정이 어려워졌다면 지원해야 하지만, 대주주가 포기할 정도로 회생이 어렵고 과거에 이미 지원을 받은 곳에 또다시 정부가 재원을 투입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차 출시도 어렵고…다른 곳에 팔기도 어려워
판매량을 끌어올려 위기를 막기도 쉽지 않다. 쌍용차는 3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줄었다. 지난해 쌍용차와 함께 힘겨운 시기를 보낸 르노삼성이 3월 신차 XM3를 앞세워 내수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83.7%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성적표는 더욱 초라해진다.
쌍용차는 2015년 출시된 소형 SUV 티볼리 이후 흥행한 모델이 없다. 지난해 2월 출시한 코란도 5세대는 누적 판매량 2만 1000대에 그치며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쌍용차는 ‘디젤 SUV’만 고집했다. 전기차에 대한 대응도 늦었다. 쌍용차 전기차 모델 개발은 경쟁사보다 3~4년 늦다.
김필수 대림대학고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자동차 시장에 가성비 좋은 차가 계속 나오는데 쌍용차 기술력으로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긴 어렵다”며 “5000억 원 투자해도 미래 생존력 떨어지는데, 아예 투자를 철회하면서 쌍용차가 할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자동차 설비 시설이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어 경쟁력 없는 쌍용차 평택 공장이 팔리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