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한 승객이 출국장 앞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신분 확인을 하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나라마다 외국인에 대한 코로나19 검역·격리·치료 비용 부담 여부는 다르다. 싱가포르는 3월 23일부터 단기 여행객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외국인에 대한 검사·격리·치료 비용 역시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이웃나라 말레이시아는 정반대다. 말레이시아는 외국인의 검사·치료·입원비를 모두 정부에서 부담한다. 베트남은 외국인의 코로나19 검사·격리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지만, 치료 비용은 본인이 부담하는 ‘준연동형’ 제도를 시행 중이다.
얼마 전까지 외국인들의 검역·격리·치료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던 우리나라는 4월 2일부터 모든 단기 체류 외국인에 대해 ‘특정 시설 내 자가격리’ 조치를 의무화했다. 2일부터 입국한 외국인들은 하루 10만 원, 2주 동안 총 140만 원을 내고 정해진 시설에서 격리 조치에 응해야 한다. 4월 6일엔 국내에 입국한 한 타이완 여성이 격리 비용 부담을 거부해 추방 조치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진원지라 불리는 중국은 외국인 검역·격리·치료 비용을 본인 부담제로 시행하고 있다. 2월 말부터 중국 당국은 자국에 입국한 한국인들에 대해 2주간의 호텔 격리를 실시 중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조치다.
50대 여성 여 아무개 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거주하던 한국 교민이다. 중국에 거주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여 씨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완전한 한국 귀국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한국에 갔다가 중국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입을 뗐다. 3월 중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탄 여 씨는 오전 8시 30분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여 씨는 “함께 대한항공에 탔던 승객 중 한국인은 극히 일부였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대부분은 한국에서 중국행 비행기로 갈아탄 환승객들이었다”고 했다. 여 씨는 “상당히 많은 외국인이 검역을 받은 까닭에 공항 밖으로 빠져나갈 때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고 했다. 여 씨 부부는 오후 1시까지 공항에서 검역 대기 과정을 거쳤다.
4월 3일 우한 티엔허국제공항 앞에 집결한 방역 요원들. 사진=연합뉴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중국 당국은 입국한 외국인들에게 ‘호텔 격리’를 지시했다. 외국인들이 거주·방문할 지역 내에 있는 호텔을 선택지로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외국인들은 제시된 가격을 살펴보고 호텔을 선택했다. 같은 호텔을 선택한 외국인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자신이 격리 조치될 호텔로 이동했다. 14일에 걸친 호텔 격리의 시작이었다.
조건은 까다로웠다. 여 씨 부부는 각방을 썼다. 중국 당국의 방역 방침 때문이었다. 호텔 자가 격리 비용은 격리자가 직접 부담해야 했다. 여 씨는 “14일 동안 호텔비를 모두 직접 지불했다”면서 “처음 3일엔 하루 600위안(약 10만 3000원)이 방값으로 청구됐다”고 했다.
여 씨는 “첫 3일엔 호텔에서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해줬고, 그 다음부턴 호텔에서 하루 한 끼만 제공했다”면서 “식사가 하루 한 번씩만 제공되기 시작한 4일 차부터는 방 값으로 500위안(약 8만 6000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1인당 호텔 자가격리 비용으로만 7300위안(약 126만 원)이 들었다. 서로 다른 방을 썼던 여 씨 부부는 중국에 입국하자마자 자가 격리 비용으로 252만 원가량을 지출한 셈이다.
호텔 자가 격리는 무료함의 연속이었다. 자가 격리자들은 호텔방 밖으론 일체 나올 수 없었다. 여 씨 부부는 각자의 방에서 주로 독서나 명상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서로 각방을 쓰는 탓에 격리 기간 동안엔 얼굴 한번 마주치지 못했다. 여 씨는 “호텔 방에서 강제 격리되는 동안엔 복도에도 나오지 못했다”면서 “식사할 때가 되면 호텔 측에서 방 문 앞에 식사가 얹어져 있는 쟁반을 놓고 갔다”고 했다.
여 씨는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식사엔 호텔 측이 임의로 정한 메뉴가 나왔다. 마파두부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음식을 배달시키는 것도 가능하긴 했다. 여 씨는 “음식을 밖에서 시켜 먹기도 했다”면서 “다만 우리보다 늦게 입국한 호텔 격리 외국인들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호텔 격리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하루 두 번 체온을 직접 잰 뒤 보고했다. 모든 방엔 체온계가 비치돼 있었다. 격리 외국인들은 오전 10시와 오후 4시 두 차례에 걸쳐 체온을 잰 뒤 호텔 측에 알렸다. 그렇게 14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여 씨 부부의 격리는 해제됐고, 중국 내 자가로 복귀했다.
여 씨는 “호텔 격리 당시엔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며 격리 당시를 회상했다. 여 씨는 “호텔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내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두려움의 일부였다”고 했다.
스마트 헬멧을 착용한 중국 공안이 쓰촨성 청두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스마트 헬멧은 5m 이내 행인들의 체온 측정을 할 수 있는 첨단 기기다. 사진=연합뉴스
여 씨는 “자가에 복귀한 뒤엔 중국의 ‘코로나19 신풍속도’를 체감했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아파트 간 교류를 전면 금지했다는 점이었다. 여 씨는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면, 왕래를 할 수 없도록 철저한 보안 조치가 이뤄졌다”면서 “아예 거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게끔 막아 놨다”고 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GPS로 개개인의 위치를 체크하는 시스템도 신풍속도 중 하나였다. 여 씨는 “중국 내에서 움직일 땐 스마트폰 GPS를 이동했던 지점마다 스캔해야 했다”면서 “공중화장실을 가더라도 스마트폰 GPS를 스캔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고 했다. “개개인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속속들이 보고가 되게끔 시스템을 갖춰놨더라”는 게 여 씨의 말이다. 한 중국 소식통도 “차를 타고 베이징을 조금 벗어나 허베이성을 찍고 온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베이징을 벗어났던 사람’으로 인식돼 2주 동안 자가 격리 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여 씨는 “자영업 카페·제과점을 들어가더라도 체온을 재야 입장을 할 수 있었다”면서 “심지어 재래식 시장에 입장하는 고객들도 체온 측정을 거쳐야만 입장이 가능했다”고 했다. 은행 방문 절차는 더욱 까다로웠다. 은행에선 체온 측정과 더불어 전화번호·여권번호·이름 등 각종 신상정보를 적어야만 입장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중국 현지에선 엘리베이터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타지 않는 ‘새로운 에티켓’이 적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중국 교민은 “가족사이라도, 사람이 많으면 엘리베이터에 함께 탑승하지 않는다”면서 “서로 먼저 타고 올라가라고 양보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이 교민은 “중국인들은 현재 밀폐된 공간에선 서로 대화도 잘 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