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축구선수 이동국의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에 올라온 쌍둥이 설아·수아 자매의 영상. 자녀들의 외모 비하를 그대로 방송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진=대박 패밀리 캡처
지난 5일 축구선수 이동국의 자녀 가운데 두 번째 쌍둥이인 설아‧수아 자매의 유튜브 방송이 논란을 빚었다. 이동국 가족의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에 출연한 자매는 서로 외모를 평가하면서 화장을 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수아는 “요새 제가 살이 너무 쪄서 고민이다” “옛날에는 진짜 예뻤는데 왜 이렇게 못생겨졌을까” “설아는 맨날 다이어트한다고 운동하고, 저는 밥을 많이 먹어서 살만 뒤룩뒤룩 찌니까 화장을 좀 하고 다녀야 할 것 같다”며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아 역시 “빨리 어른이 돼서 화장하고 싶다. 어른은 자기만 예뻐지려고 한다. 나도 하면 너무 예뻐질까봐 그런가” “예뻐지려면 꼭 참아야 될 게 있다. 고통이다. (머리가) 당겨서 아파도 예뻐지려면 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미용 철학을 밝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시청자들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잘못된 개념을 주입시키고 있다”며 비판 댓글을 남겼다. 특히 아이들의 방송 방향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강행한 이동국 부부를 향해 비난과 지적이 이어졌다. 외국어로 자막이 제작돼 해외에도 송출되는 만큼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인지도를 쌓은 이들 가족의 유튜브 영상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게 시청자들의 비판 요지였다. 논란이 일자 이동국 부부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으나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현재 ‘대박 패밀리’의 채널에는 신규 영상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동국과 그의 자녀들은 하차 후에도 SNS와 유튜브로 일상생활을 알려왔다. 사진=이동국 인스타그램 캡처
이동국 부부는 지난해 10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차했다. 하차 이유로 “아이들이 방송을 의식하고 가식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이것이 정서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촬영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2월부터는 간간이 가족의 일상이 올라오던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에 본격적으로 아이들이 크리에이터가 된 영상을 게시하기 시작했다.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들의 소망에 맞춰 엄마인 이수진 씨가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게시됐던 유튜브 영상은 자녀들의 자연스러운 놀이나 일상생활을 담았기 때문에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크리에이터로 전면에 서기 시작하면서 그 방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기 시작했다. 단순한 일상 영상과 달리 계획적으로 제작된 유튜브 방송은 이를 관리하는 부모가 대본과 편집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논란 역시 이동국 부부의 안이한 문제의식이 시발점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이 출연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방송을 위해 출연 아동을 통제하거나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는 점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가장 최근에는 3월 15일자 방송분에서 래퍼 개리가 체육관에서 권투 시합을 하다가 관장에게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아들인 하오 앞에서 보여 논란을 빚었다. 어린아이에게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줘 정서적인 트라우마를 안겼다는 것. 결국 이 문제는 국제아동인권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측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심의 안건으로 올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래퍼 개리가 복싱을 하다 쓰러지는 장면을 아들인 하오가 보게 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사진=‘슈퍼맨이 돌아왔다’ 캡처
지상파 방송조차 자극적인 방향으로 향하는 가운데, 마땅한 방송용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유튜브 방송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미 지상파 방송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연예인 또는 유명인 부모들이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지상파 방송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택하게 된다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소속사 관계자는 “최근 셀럽들의 유튜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방송에서 먼저 얼굴을 알린 이들의 자녀들도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 김나영 씨의 두 아들이나 가수 별·하하의 자녀가 이 경우”라면서 “일상을 위주로 진행하는 셀럽 자녀들의 유튜브는 별다른 논란이 생기지 않지만 그만큼 큰 인기도 끌지 못한다. 잔잔할 뿐 구독자 외에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전까지는 유명인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방송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나 SNS로 인해 방송의 기준이 많이 내려가지 않았나. 이 때문에 부모들도 지상파 방송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녀를 앞세워 유명세를 충족하려는 경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시대 상황을 읽고 문제 발생 시 바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기존 방송과 달리 부모들이 미흡한 대처를 하고 있는 탓에 자녀들이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아졌다. 본격적인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선 유튜브가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라는 점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