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공단 ㈜퍼쉬 플랜트 전경. 빨간 점선은 도로점용허가 없이 설치된 크레인, 청색 점선은 공유수면 허가 없이 정박한 수리 선박 모습.
[일요신문] 경남 통영에 위치한 안정공단이 통영시의 묵인 아래 온갖 불법·탈법으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영시가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정국가산업단지는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 일원에 자리하고 있다. 1974년 건설부가 동남권 산업용지 실수요에 대비한 산업용지 조성을 위해 산업기지로 지정한 이후 남부권 에너지 공급능력 확보를 위한 LNG 생산기지를 비롯해 중소 규모의 조선소 등이 들어서 있다.
산업단지는 대부분 국가의 특혜를 받아 조성된다. 특히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어 산업단지 조성에 열을 올리지만, 정작 관리 감독에는 미흡하다.
이는 법률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담공무원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시각적으로 불법이 확연한데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묵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산업단지가 악용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안정공단은 통영시와 인근 고성군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한 축으로 지자체의 행정력보다 상위에 있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분류돼온 지 오래다. 때문에 갖은 불법이 성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드러난 선박 블록 제조업체 ㈜퍼쉬(옛 가야중공업)의 행위다. 퍼쉬는 황리 1637번지(면적 34,409㎡) 일부에 바리케이트와 담장을 설치해 공장의 일부분처럼 사용했다.
퍼쉬는 해당 번지에 도로 점용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관통하는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해 조선기자재를 나르고 있으며, 황리 1637번지 지선에는 공유수면 허가도 없이 선박을 정박시킨 후 수리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가야중공업이 부도나기 전에 공유수면을 매립하다 중단한 지점에는 온갖 쓰레기와 조선기자재를 야적하고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공유수면을 불법사용하는 게 확인됐다.
안정면에 거주하는 A 씨는 “조선 경기 하락으로 조선산업이 힘든 시점이라 지자체의 느슨한 관리 감독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예전에 경기가 좋을 때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불법을 묵인하는 통영시는 각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안정공단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현지 확인 후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으나 “원칙적으로 도로를 막을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퍼쉬 관계자는 “가야중공업을 인수한 이후 소송으로 인해 정리가 쉽지 않다”며 “시와 협력해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안정산업단지의 불법행위가 비단 퍼쉬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성동조선해양 용역업체도 황리 1626-1번지 등의 입구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본보는 고성군에 위치한 이당산업단지에도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심층취재 중이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