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재판은 약 3년 넘게 이어져 올해까지 진행됐다. 결국 지난 1월 30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월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약 122억 6700만 원이 최종 확정됐다. 이 씨의 형 만기는 지난 3월 초였다. 하지만 100억 원의 벌금이 있어 이를 납부할지, 아니면 3년여의 황제노역을 할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이 씨가 벌금을 납부하거나 노역형 없이 최근 남부구치소에서 출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봉준 이희진피해자모임 대표는 남부구치소 측 관계자와 통화에서 이 씨의 출소를 사실상 확인했다.
남부구치소 관계자는 “이 씨가 출소했는지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교정기관(구치소)은 벌금형의 경우 검사의 노역장 유치 집행 지휘서가 있어야 노역장 유치를 집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씨는 형기 종료일까지 지휘서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소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이 씨에게 노역장 유치 집행 지휘서가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출소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씨가 어떻게 벌금도 안 내고 노역도 하지 않은 채 출소할 수 있었을까. 변호사들은 판결에 가납 명령이 없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모든 형은 판결이 확정돼야 집행을 하지만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으니까 임시로 형을 집행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실형선고의 경우 도주 우려가 있어 판사가 당일 발부한 영장을 토대로 구속을 하는 것처럼 벌금의 경우에도 일단 미리 내놓으라고 가납명령을 하게 된다”면서 “일반적으로는 벌금형 선고시 가납 명령까지 같이 하는데 이 씨 판결을 보면 가납명령이 없다. 그래서 출소 이후 약 2개월 정도 벌금 납부 기간을 주고 그 이후에도 납부를 안 하면 노역형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봉준 이희진피해자모임 대표가 남부구치소 측으로 받은 ‘노역장 유치 집행지휘서가 없으면 출소시켜 준다’는 답변 내용.
앞서 서초동 변호사는 “벌금 납부 기간은 대략 확정 이후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다. 이 씨 경우 가납 명령이 없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확정 선고가 나온 1월 30일 이후 2개월이 지난 3월 30일 정도지만 검찰이 출소 이후를 기준으로 잡아 5월 초 정도를 벌금 납부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박봉준 피해자모임 대표는 “도주 가능성도 있는데 벌금 100억 원을 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가납 명령이 없다는 이유로 석방을 시켜줬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들은 죄를 짓고 실형을 살다가 벌금을 안 내면 그 기간만큼 노역을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씨는 일단 출소했고 버젓이 사회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검찰은 이 부분을 분명히 소명해 달라”고 주장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