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국회 내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진입을 두고 격돌하는 여야 의원들. 사진=박은숙 기자
제20대 국회는 2016년 5월 30일 임기를 개시, 6월 13일 개원했다. 원내 구성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1당이었고 그 뒤를 새누리당(122석)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무소속(11석)이 이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20년 만에 3당 구도 국회가 형성됐다.
20대 국회는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0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직면한다. 의혹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국회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진행했다.
이어 우상호·박지원·노회찬 의원 등 171명 의원들이 제안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12월 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 의결했다. 총 투표수 299표 중 가 234표, 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였다.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내 비박계 30~40명 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탄핵 후폭풍은 컸다. 새누리당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책임 공방 끝에 유승민 김무성 이혜훈 김용태 정병국 의원 등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 2017년 1월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새누리당은 절망적인 당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같은 해 2월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진행된 19대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이로 인해 여야가 바뀌었다. 동시에 국회는 여야 극한의 대치 정국으로 돌입했다.
우선 이슈 블랙홀 개헌이 국회를 강타했다. 2018년 초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을 추진할 뜻을 밝히고, 대통령 4년 연임제·선거연령 하향·대통령 권한 분산 등의 내용이 담긴 정부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에 야당이 반발했고, 자유한국당이 온라인 댓글조작사건인 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을 이유로 장외투쟁에 나서면서 논의는 지연됐다. 정부 개헌안이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민주당 의원들만 참여해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돼 무산됐다.
2019년 4월엔 물리적 충돌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18대 국회는 2012년 ‘싸우지 않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다. 지난 7년 동안 의원들 사이의 몸싸움이 벌어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주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 법률안과 법안,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패스트 트랙)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의안과 사무실과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법안 접수 업무와 회의 개최를 방해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는 이를 뚫어내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국회선진화법 도입 취지가 무력화된 것이다. 국회 충돌 사건 발생 책임을 따지며 여야는 서로 검찰 고발 조치를 이어갔고, 의원들이 무더기 기소됐다.
이후 ‘조국 사태’가 펼쳐지면서 국회는 다시 한 번 공회전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내정하자 자유한국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국 전 수석과 가족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쏟아졌고,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야가 갈라져 공방을 벌였다. 논란 끝에 문 대통령 재가로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고, 야당은 이에 반발해 파행을 거듭했다.
다만 20대 국회 막판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안신당으로 구성된 ‘4+1 협의체’ 공조로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공직선거법과 공수처설치법, 유치원3법 등 문재인 정부 숙원 과제였던 개혁 법안에 대한 의결 처리한 성과(?)는 있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도 한국당은 단식투쟁, 숙식농성, 장외투쟁 등에 돌입했다. 또 의결 처리를 앞두고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실시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14일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 국정농단 3대 게이트 규탄대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월 9일 기준 20대 국회 동안 접수된 법안은 총 2만 5057건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9196건으로, 처리율이 36.7%에 그쳤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30% 초반이었는데, 임시국회에서 무더기 처리로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식물국회 지적을 받았던 19대 국회의 41.9%보다 더 저조한 성적이다. 이 법안들은 20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18대와 19대 국회에서는 자격심사안 및 징계안이 56건과 41건이 접수돼 각각 1건씩 가결됐다. 하지만 20대 국회의 경우 47건 의원 징계안이 올라왔지만 단 한 건도 가결되지 않았다. 국회의 고질적 병폐인 ‘제 식구 감싸기’였다. 이에 비상설기구인 윤리특별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의원들이 심사하는 구조를 바꾸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8~20대 국회까지 모두 거친 민주당 중진 의원은 “20대를 두고 ‘동물성 식물국회’라고 표현하더라. 고성과 몸싸움이 나왔는데 실제로 이룬 것은 적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최악의 국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여야가 대립만 하다 보니 제한적인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매 국회마다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가 반복됐다. 21대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면서도 “20대 국회의 경우 대의 민주주의가 약화됐다. 여당은 청와대 뒷받침 역할에 국한됐다. 국민들도 청와대에 청원을 넣고, 야당도 청와대로 달려가 시위했다. 문재인 정권만 보이면서 국회의 힘이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