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인쇄소에서 인쇄된 제21대 총선 비례투표용지. 35개 정당이 참여해 투표용지가 48.1cm에 달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를 노리고 다양한 소수 정당들이 등장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21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가했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35개 정당이 뛰어들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만 48.1cm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정책과 이념을 기반한 군소정당이 국회에 입성하면 더 혼란이 가중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소정당 중에는 극단적 이념과 정책을 내세우는 정당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도 다당제 하에서 ‘4+1 협의체’라는 비정상적 연합을 통해 법안을 처리했다. 21대 국회에 군소 비례정당 의원들이 들어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면 협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박신당, 우리공화당, 기독자유통일당 등 보수 성향의 정당이 3% 득표를 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통합당과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 원내로 들어온다고 통합당과 공조가 될 거라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군소정당들이 얼마나 국회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등 거대 양당 계열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출범해 이미 선거법 개정 취지는 무력화됐다. 지금까지의 지지율 추이를 종합하면 이 정당들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 유력하다.
이 외에는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의석 할당 하한선인 3%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명실상부 원내 교섭단체인 민생당은 여론조사에 따라 3% 안팎을 오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도 마찬가지 상황. 이들 외 군소정당은 설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이념을 가진 정당의 의회 진출을 돕는 취지였지만, 군소정당들은 3% 얻기 어렵다. 결국 거대 양당에서 분리된 파생 정당들의 국회 진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에서 다당제가 맞는가라는 의문도 든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공수처설치법 통과를 위해 깊은 고민하지 않고 선거법 개정을 받은 면이 있다. 21대 국회 들어 현행 선거법이 한국의 정치문화에 부합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