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되고 있는 일요신문. 사진=일요신문DB
#가판대 인연이 20년 구독으로
김석렬 씨는 가장 먼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일요신문을 읽어온 구독자다. 평생을 제주도에서 살아온 토박이다. 김 씨는 “일요신문을 알게 된 지는 25년도 더 됐다. 굉장히 오래 전이라 첫 만남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정치나 사회면 기사가 매우 솔직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의점에서 매주 구매해서 읽다가 2001년부터 정기 구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기 먼 곳까지 주간지를 보내준다는 게 참 고맙지요. 편의점에서 사서 볼 때는 일요신문이 나오는 수요일만 매주 기다렸어요. 정기 구독을 신청하면 제주도 우리 집에는 목요일에 도착을 하거든요. 구독자 되고나서부터는 목요일만 기다리죠. 한 번 받으면 다음주 신문이 올 때까지 들고 다니며 읽고 또 읽습니다. 일주일 내내 봐요.”
그는 기자보다 더 일요신문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과거에는 가벼운 수필 형식의 읽을거리가 좀 더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로서는 이 부분이 참 재미있었거든요. 최근에는 엄상익 변호사의 칼럼을 즐겨 읽고 만화 ‘롱 리브 더 킹’도 굉장히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성공 신화를 다룬 만화가 더 많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충청남도 천안시에 거주하는 이보형 씨 역시 일요신문 20년 애독자다. 1990년대 중반 어느 날, 터미널 가판대에서 처음 일요신문을 만났다.
“거의 창간호 나오던 무렵부터 본 것 같은데, 가판대에 놓인 다양한 주간지 중에서 일요신문이 가장 눈에 띄었어요. 겉표지가 비슷하게 생긴 신문들은 많았는데 기사 내용은 비교가 안됐거든요. 한때 월간지도 구독했던 적이 있는데 일요신문이 치우침이 없고 중립적이었어요.”
‘창간 초기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가’하고 물으니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아요”라면서도 20년 독자다운 통찰력 있는 답변들을 꺼내놓았다.
“무릇 타블로이드 신문이 그러하듯 일요신문도 창간 초기에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꽤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부분은 줄어들고 탐사보도 등 신뢰감을 주는 기사가 늘었죠. 이와 별개로 일요신문은 연예 기사가 재미있었는데 비중이 줄어든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움이 있어요.”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유익함’ ‘중립’ 그리고…
일요신문이 28년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두 명의 장기 구독자들은 ‘유익함’을 뽑았다. 이보형 씨는 “요즘은 신문을 거의 안 보는 추세다. 포털 사이트에서 단발성 속보들이 쏟아지니 일간지를 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일요신문은 다르다. 회사에 가져다놓으면 누구든 잘 본다. 정치 사회 스포츠 등 그 주의 화젯거리가 총망라돼 있다. 오히려 정보가 더 빠르다고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김석렬 씨도 “신문 마지막 면의 ‘핫스토리’를 제일 재미있게 보고 있다. ‘n번방’ ‘코로나’처럼 한 주에 화제가 되었던 사건을 두고 배경부터 뒷이야기까지 세세하게 다뤄주니까 다른 것을 볼 필요가 없다. 요즘엔 신문을 받으면 제일 먼저 맨 앞면과 뒷면부터 펼쳐본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보도’도 또 다른 이유로 뽑혔다. 전라북도 군산의 김유행 씨는 “정치와 사회 등 시사 뉴스를 자주 봐요. 일요신문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은 중도성향의 신문이라고 느껴요. 다른 신문들은 정치색이 짙은데 일요신문은 보기에 불편함이 없죠”라고 말했다.
벌써 16년째 경상남도 거창군의 아버지 댁으로 일요신문을 보내드리고 있는 박미숙 씨도 “아버지께서 주로 정치면을 보세요. 어르신이라 기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크게 말씀은 안 하시지만 종종 가족 모임에서 ‘일요신문 기사가 중립적이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해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애독의 가장 큰 이유는 일요신문만의 ‘심층보도’였다. 서울시 송파구 주민 이상석 씨는 “일요신문에는 항상 다른 신문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 있거나, 같은 사건도 훨씬 자세하게 적혀있어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연재 기사가 있는 것도 좋고”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기사를 묻자 “사건 이후의 근황을 취재한 기사(‘그 사건 그 후’)나 낙동강 사건(‘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기사를 재밌게 봤어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기사죠”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주 씨도 이런 애독자 가운데 한 명이다. “처음에는 그냥 다를 것 없는 주간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특종도 많이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깊이 있는 기사를 많이 쓰더라고. 주요 일간지에도 실리지 않은 정치계 뒷이야기들을 어떻게 취재했는지….” 그래도 아쉬운 부분은 없냐고 캐묻자 “없어요. 그냥 일요신문이 하던 것 그대로 해주면 고맙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 1명, 기사 1개 덕에…구독료가 아깝지 않다”
종이신문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시대. 휴대전화로 세상을 만나는 디지털 시대지만 젊은 독자층의 유입도 꾸준하다. 기존 구독자와 비교해볼 때 이들의 취향은 확실하다. 좋아하는 기자 1명, 보고 싶은 기사 1개를 위해서라면 구독료가 아깝지 않다고 했다. 올 3월부터 정기 구독을 시작한 이 아무개 씨(34)가 그렇다.
쑥스럽다며 익명을 요구한 이 씨는 “빙상연맹(‘스포츠 적폐청산’)보도 때 최훈민 기자를 알게 됐고 응원하고 있어요. 대중들은 분명 관심이 있는데, 타 언론사에서는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사건을 취재하는 것도 인상 깊었죠. 이후 다른 기사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구독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신규 구독자로서 바라는 콘텐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자 개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주 봐요. 거기에는 기자가 기사를 ‘그리는’ 과정이 나와요. 취재 계기나 과정, 이후의 후일담 등이 기자수첩처럼 실린다면 기사가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이 기사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자와의 거리를 좁혀달라는 바람은 기존 구독자에게서도 나왔다. 앞서의 김유행 씨는 “20년을 넘게 봐오면서 아쉽다고 느낀 것이 딱 하난데, 독자와의 소통이 부족한 점이에요. 사실 이런 전화도 오늘 처음 받아 봤어요”라고 말했다.
김석렬 씨 역시 “만화 등 콘텐츠 선정 부분에서 기존 독자들의 의견이 조금 더 반영되었으면 해요”라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전화가 와서 반가워요. 좋은 기사를 써줘서 고마워요”는 말도 덧붙였다. 긴 시간 일요신문과 함께한 구독자들이 보내준 조언에는
20여 년의 세월이 묻어있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