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는 3월 말 완연히 달라졌다. 미뤄놨던 술 약속이 하나둘 다시 생기기 시작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느슨해졌다. 그러면서 조금씩 유흥업소를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유흥업소의 영업 중단을 권고하면서 문을 닫은 곳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권고 때문이라기보다는 손님이 없어 영업을 중단한 경우가 더 많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최근 다시 손님이 늘기 시작한 것이다.
단골손님들의 예약 전화가 잇따르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유흥업소들이 하나둘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사진은 유흥업소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단골들의 예약 전화가 잇따르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유흥업소들이 하나둘 영업을 재개했다. 작은 업소들 중에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지자체의 권고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뒤 예약을 문의하는 단골들을 대상으로 몰래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대형 업소 ‘ㅋㅋ&트렌드’에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문을 닫고 영업하는 업소가 있고 강남 이외의 지역에서 이런 경우가 더 많다고 얘기한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접대여성들 얘기를 들어보면 급히 하루만 와서 일해 줄 수 없느냐는 문의를 여기저기서 받는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은밀하게 영업하는 곳이 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음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텐프로 등 최고급 유흥업소들 사이에서는 업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방역 감시를 피해 영업을 하는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어차피 좋은 술과 접대여성이 업소의 수준을 담보하는 것이지 가게 인테리어는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업소 룸 시설보다 공간이 넓어 손님들에게 밀폐된 장소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면 영업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호텔 스위트룸이나 고급 빌라를 개조해 임시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유흥업계에선 이런 트렌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유흥업계에 확산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 강남 유흥업계의 큰손 투자자는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업소를 크고 좋게 만들면 관리 비용만 더 들고 직원들도 많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업소가 아닌 공간에서 영업을 하는 곳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뒤에도 이런 방식으로 계속 영업하는 것을 고민하는 업주들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이 음성화할 위험성도 크다. 집창촌이 대대적인 단속으로 사라진 뒤 오피스텔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거나 출장 마사지 형태로 성매매가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과 비슷한 형태다. 2차가 가능한 비교적 저렴한 방식의 룸살롱들 역시 업소 간판을 내리고 예약 손님 위주로 오피스텔 등에서 영업을 하는 사례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1차 술자리부터 2차 성매매까지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형태로 더욱 음성화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유흥업소와 윤락업소의 경계가 무너지며 더욱 불법적인 영업이 만연할 수도 있어 보인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