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던 허재 전 감독은 출연하는 방송마다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예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소감이 궁금하다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일 자체가 즐겁지 않았다면 오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도 사람 만나는 곳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나름의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그건 전혀 아니다. 방송인 정도? 그런데 그 또한 어색하다. 고정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의 특징이 ‘자연스러움’이다. 가장 처음 시작한 JTBC의 ‘뭉쳐야 찬다’와 이후 시작한 MBN의 ‘자연스럽게’ 등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뭉쳐야 찬다’는 방송도 하면서 운동도 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나 다름없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자연스럽게’에 농구 후배들이 대거 출연했더라. 한 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신기성 해설위원, 김승기 안양 KGC 감독,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 정경호가 시골 마을에 만든 세컨드하우스 집들이 손님으로 나오는 걸 보고 무척 반가웠다.
“그 동생들이 모두 원주 동부 멤버들 아닌가. 마치 선수 시절 워크숍 가는 것처럼 재미있게 촬영했다. 지방에 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 시간을 내 와준 후배들이 정말 고마웠다. 그날은 방송 촬영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방송 덕분에 후배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의미가 컸다고 본다.”
―김병현, 이형택, 양준혁 등 운동선수 출신의 방송 진출이 활발하다.
“모두 해당 종목에서 레전드들 아닌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모두 심성이 착하고 예의가 바르다. 선배 위할 줄도 알고. 서로 선수로 뛰었던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맨십을 가진 터라 말도 잘 통한다. 좋은 동생들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됐다.”
―정말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지금도 하는 중이다. 출연을 결정하는데 나름의 기준이 있는 건가.
“지금은 코로나19로 방송 촬영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기준이란 게 뭐가 있겠나. 내가 할 만한 프로그램이라면 출연하는 것이고, 잘 안 맞겠다 싶으면 안 하는 거지. 편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 행동하는데 제약도 따르고, 사람을 마음껏 만나고 어울릴 수도 없지만 이런 때일수록 대한민국만의 강인한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다. 한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지금의 위기가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여기고 희망을 잃지 말고 견디고 극복해서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투적인 질문 하나만 더 하겠다. 농구계로 돌아올 계획은 있나.
“나도 상투적으로 답하겠다. 나를 불러줘야 돌아가지, 내가 가고 싶다고 가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