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상장사는 크게 두 곳, 에스모와 동양네트웍스다. 특히 검찰은 당시 두 기업을 활용한 주가 부양 등 금융범죄를 주도한 조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조 씨와 이 씨 모두 서울 근교에서 연락을 받지 않는 ‘잠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두 명 모두 ‘주가 조작’에는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어서 검거 시 다른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라임자산운용펀드 환매 중단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이 조심스레 수사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라임 관계사로 처음 수사 대상에 오른 코스피 상장사 동양네트웍스는 2019년 ‘강남에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다 투자를 했다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검찰은 2월부터 동양네트웍스를 주목했다. 지난 2월 중순에 이미 본사 압수수색을 끝냈고, 관계자들 소환 조사 등을 통해 동양네트웍스와 라임, 그리고 에스모 간 수상한 거래를 확인했다.
검찰이 찾아낸 것은 펀드를 통한 기업 사냥 의혹이다. 라임자산운용을 가운데 놓고 두 기업 사이의 부적절한 자금 흐름이 포착된 것. 동양네트웍스는 사내유보금 225억 원으로 라임자산운용펀드가 운용하는 ‘라임오렌지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10호’에 가입했는데, 이 자금은 코스닥상장사 에스모 펀드를 인수하는 데 활용됐다. 검찰은 앞선 2월 압수수색 당시 이를 입증할 동양네트웍스 재무팀 등 관계자 진술을 비롯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 등의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 조 씨와 이 씨가 등장한다. 조 씨와 이 씨는 유명한 기업사냥꾼들이다. 조 씨가 일명 ‘쩐주’의 역할을 맡았다면, 이 씨는 투자자들을 모으고 주가 관리를 하는 ‘설계자’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 씨는 동양네트웍스 주가조작부터 에스모 인수까지 깊숙하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잘 아는 CB(전환사채)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동양네트웍스를 활용해 정상적인 회사 자금을 ‘라임 펀드’에 태워서 출처를 숨기는 방식으로 무자본 M&A(인수·합병)를 한 셈”이라며 “에스모도, 동양네트웍스도 둘 다 주가가 요동치지 않았나. 둘 다 주가조작 쪽으로는 큰 성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회사는 그 사이 둘 다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동양네트웍스(현재 티탑스)는 2018년 초 1500~200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가 2018년 5월 5460원까지 급등했다. 동양네트웍스 자금으로 움직인 에스모도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자율주행테마의 대장주로 시장을 주도했던 에스모는 2018년 초 4000원 밑에서 거래가 이뤄지다가 2018년 6월 1만 5650원까지 고점을 찍었다. 무려 4배 넘게 급등한 셈인데, 비슷한 시점에 이뤄진 비슷한 급등 흐름에 대해 검찰은 ‘이 씨의 주도 하에 이뤄진 주가조작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당초 언론에 먼저 알려진 것은 김 아무개 스타모빌리티 회장이지만, 실제로 더 핵심은 이 씨와 조 씨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들이 업계에서 벌려놓았던 주가조작 관여 종목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에스모와 동양네트웍스 외에도 H 사, E 사, N 사, D 사, S 사 등이 이들의 ‘손’을 탔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이 조 씨와 이 씨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다. 최근 검찰은 이들과 함께 움직였던 A 씨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검찰은 A 씨를 상대로 이 씨와 조 씨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알고 이미 숨어버린 이 씨와 조 씨에 대해 검찰은 출석 및 수사 협조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을 잘 아는 법조 관계자는 “2019년부터 이들을 수사한다는 얘기가 나와서 변호사를 구하고 다니는 등 일찌감치 대응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워낙 수사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대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서울 근교에서 일명 ‘잠수 상태’로 숨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채업계 관계자들이 사건을 예의주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선 CB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씨나 조 씨가 잡힐 경우 우리나라에서 주가를 통해 범죄를 저지르는 큰손들 가운데 절반 이상에 대해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며 “특히 동양네트웍스는 중견 재벌가 3세들도 관여돼 있을 정도다. 그런 파급력까지 알기 때문에 이들이 숨어든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