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기표를 하려다 가림막 없는 기표소의 비밀보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는 15일 오전 8시쯤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등학교에 마련된 혜화동 제3투표소에서 부인 최지영 씨와 함께 투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투표소 내 기표소 배치를 두고 공정성이 의심된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투표소 직원에게 기표소에 등 뒤를 거리는 천막이 없어 선관위 관계자가 기표소 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투표가 다 보인다”며 가림막 설치를 요구했고, 직원들이 가림막을 내리고 기표소 방향을 비스듬히 비튼 뒤에야 투표를 했다.
황 대표는 투표 후 “제 기표가 공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투표를 요구했다. 투표가 거의 반공개 상황에서 이뤄진 것 아닌가 의심이 드는 상황이었다”며 “이것은 심각한 부정선거 의혹이 아닐까 생각한다. 좀 더 검토해보겠지만 공개투표가 이뤄졌다면 이것은 명백한 부정선거다. 계속 선관위의 공정성에 대해 문제제기해왔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통합당 전남도당에서도 총선 본투표에서 전남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가림막 없는 기소표 때문에 유권자들의 비밀투표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 주장했다. 이후 통합당 차원에서 전국 선관위에 이를 이의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 대표가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선관위나 정치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가림막 없는 기표대는 박근혜 정부인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입됐다. 당시 황교안 대표는 법무부장관이었다.
중앙선관위는 2014년 2월 가림막 없는 신형 기표대 도입에 대해 “선거인의 투표비밀은 보장하되 투표소 분위기를 보다 쾌적하게 개선하고, 선거인이 기표소를 이용할 때 가림막을 들어올려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가림막이 없는 기표대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도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재외투표소에서 사용한 바 있다”며 “주요 정당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처음 도입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권자들의 번거로움 해소 이유가 아니라, 젊은 층의 투표 심리 위축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SNS 등 이용이 늘면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투표 인증샷’ 문화가 생기며 투표율 상승을 가져오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황 대표는 자신이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도입한 기표소를 6년이 지나 비밀투표 보장이 안 된다며 문제 지적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밀폐된 공간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 중앙선관위가 가림막 없는 기표소를 권장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