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은 ‘반도’는 2016년 여름 1157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후속편이지만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연속성은 없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가 이끈 ‘부산행’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는 새로운 얼굴은 강동원과 이정현이다. 사진=영화 ‘반도’ 포스터
#제작비만 200억 원 안팎, 관객의 선택은…
윤제균, 류승완, 연상호 감독을 지칭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흥행술사’다. 저마다 천만 관객 작품을 보유한 데다, 왕성한 연출 활동으로 얻은 별칭이다. 이번 여름에 공개하는 감독들의 작품 역시 ‘새로운 도전’이란 공통의 키워드로 묶인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모가디슈’(제작 외유내강)를 통해 3년 만에 여름시장을 겨냥한다. 1990년 12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수도인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하는 이야기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남북한 외교전의 이면, 그 안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에도 주목한다.
류승완 감독은 2015년 여름 ‘베테랑’으로 1341만 관객을 동원하고 2017년 여름 ‘군함도’로 659만 흥행을 일군 뒤 오랜 준비 끝에 ‘모가디슈’ 작업에 돌입해 올해 초 촬영을 마무리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해외 로케 중단 사태를 한발 비껴간 타이밍도 신의 한수가 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 모로코 로케를 순조롭게 마무리하고 계획대로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제작 영화사 레드피터)로 출사표를 던진다. 2016년 여름 1157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후속편 성격이지만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연속성은 없다. 공유, 마동석, 정유미가 이끈 ‘부산행’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는 새로운 얼굴은 강동원과 이정현이다. 한반도를 뒤흔든 좀비 사태가 일어나고 4년 뒤 폐허가 된 땅에서 좀비와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성공으로 이끈 뒤 2018년 초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인 영화 ‘염력’을 내놓았지만 99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흥행 쓴맛을 봤지만 창작자로서의 활동은 이전에 비해 더욱 활발해졌다. 최근 극본을 쓴 오컬트 장르의 드라마 ‘방법’을 성공으로 이끌어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고, 넷플릭스와 손잡고 웹툰 ‘지옥’의 드라마화도 준비하고 있다. 좀비 등 초자연적 소재에 집중, 그만의 세계를 완성하는 연상호 감독이 쌓은 팬덤은 이번 ‘반도’를 향한 관심을 높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의 연속 1000만 관객 동원으로 ‘쌍천만 연출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윤제균 감독도 6년 만의 신작인 ‘영웅’(제작 JK필름)으로 돌아온다.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조명한 이야기다. 2009년 초연해 10여 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동명 뮤지컬이 원작이다.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에서 안중근 의사 역으로 활약해온 배우 정성화를 영화 주연으로 그대로 캐스팅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뮤지컬 넘버(음악)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인 데다 안중근 역할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쌓은 인지도를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 영화 흥행판도를 움직이는 감독들인 만큼 각각의 영화 스케일도 남다르다. 저마다 200억 원 안팎의 제작비를 투입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해외 로케이션, 시대극, 시각효과 시도는 제작비 상승을 이끌었다. ‘모가디슈’는 모로코 로케를 통해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카메라에 담았고, ‘영웅’ 역시 유럽 라트비아 로케는 물론 1910년대를 다룬 시대극 특성상 제작비가 상승했다. 블록버스터 ‘반도’는 좀비 사태로 폐허가 된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만큼 VFX(시각효과) 작업에 공을 들였다. 제작비 회수를 위한 치열한 흥행 경쟁도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기선제압을 위한 움직임은 활발하다. ‘반도’는 ‘부산행’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4월 2일 예고편이 공개된 직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등에 관련 소식이 잇따라 소개됐다. 영국 영화매체 스크린인터내셔널은 ‘반도’를 집중 조명하고 연상호 감독과의 인터뷰도 실었다. 연 감독은 “‘반도’에 비하면 ‘부산행’은 독립영화”라며 “‘부산행’이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기획성 영화라면 ‘반도’는 범위가 훨씬 넓다”고 소개했다.
역사의 실존인물을 다루는 데다 뮤지컬영화에 첫 도전하는 윤제균 감독의 각오도 남다르다. 촬영에 앞서 감독은 제작진을 통해 “여러모로 두렵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 싶었다”며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을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에서 안중근 의사 역으로 활약해온 배우 정성화를 영화 주연으로 그대로 캐스팅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뮤지컬 넘버(음악)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인 데다 안중근 역할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쌓은 인지도를 그대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영화 ‘영웅’ 홍보 스틸 컷
#김윤석·조인성·강동원…흥행 배우들의 대결
여름 극장가는 감독들의 대결이자 흥행 배우들의 티켓파워 경쟁이기도 하다. 천만 감독들과 처음 손잡은 배우들 역시 자존심을 걸고 관객을 공략한다.
‘모가디슈’의 주연은 류승완 감독과 첫 작업인 김윤석과 조인성이다. 김윤석은 외교전을 벌이는 남한 대사 역을, 조인성은 탁월한 기지를 지닌 참사관 역을 각각 맡아 호흡을 맞춘다.
‘반도’의 강동원도 2년 만에 여름 빅시즌에 출격한다. 특히 그는 최근 주연한 영화 ‘인랑’과 ‘골든슬럼버’ 등이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한동안 할리우드 진출을 위해 한국 영화 참여가 뜸했던 만큼 갈증이 클 수밖에 없다.
‘영웅’의 주연진도 눈길을 끈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 주연까지 맡은 정성화는 개그맨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국내 뮤지컬 톱 배우의 자리를 지키는 실력자다. 뮤지컬 ‘영웅’ 성공의 일등공신이자 2019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할리우드 뮤지컬영화 ‘알라딘’의 주인공 지니 목소리 연기와 노래를 맡아 흥행을 견인한 주역으로도 꼽힌다. 대작 주연은 처음이지만 오히려 반전의 캐스팅이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정성화를 중심으로 김고은, 나문희가 주연을 맡아 실존인물의 삶을 뭉클하게 완성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