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4월 15일 오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미래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 21대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를 발표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황교안 대표는 15일 오후 11시 40분쯤 통합당 개표상황실이 꾸려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전에 약속한 대로 총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황 대표는 오후 6시 15분 통합당 개표상황실에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당직자, 후보들과 방송3사의 출구조사 분석 결과를 지켜봤다. 더불어민주당과 범진보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단독 과반의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자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보다가 자신의 지역구인 종로 선거사무실로 떠났다. 이후 종로에서도 맞상대 이낙연 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하자, 다시 당 개표상황실로 돌아와 당대표 사퇴를 밝힌 것.
남색 정장에 분홍색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난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연단에 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나라가 잘못 간 것을 막지 못했다”며 “우리 당이 국민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두 대표인 제 불찰이고 불민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황 대표는 이번 총선 참패 원인으로 보수진영이 통합 이후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것을 들었다. 그는 “통합당은 수년간 분열과 반목을 극복하고 산고 끝에 늦게나마 통합을 이뤘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국민께 만족스럽게 해드리질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황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국민을 위해 건강한 야당이 꼭 필요하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부디 인내를 가지고 우리 당에 시간을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어려운 시기에 부담만 남기고 떠나는 것 아닌가 해서 당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저와 우리당을 지지해준 여러분과 저를 지지해준 종로 구민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회견문을 낭독한 뒤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서 당 지도부, 관계자 등과 악수만 하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한편 황 대표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일선에서 물러나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이 무엇인지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참패에 따른 황 대표의 사퇴로 통합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변경될 전망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