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교육부는 긴급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 초교의 긴급돌봄교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 마포구 소재의 학교에서 특수교사직을 맡고 있는 A 씨의 학급에는 5명의 학생이 있다. 나이도 다르고, 각자 가진 장애의 유형도 모두 다르지만 크게 보면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한 교실에 공부한다. 이런 이유로 특수학교 및 학급에서는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라 학년 수준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 씨도 지금껏 수업시간마다 5명의 학습 수준에 맞춘 각각의 자료를 5개씩 준비해왔다.
문제는 이들이 직면한 온라인 개학이다. 비대면 방식의 수업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1명의 특수교사로는 제대로 된 개별화교육을 진행하기 힘든 까닭이다. A 씨는 “당장 모든 과목에 대한 강의 영상을 학생별로 5개씩 만들게 됐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지난주에는 수준별 수업자료와 과제물을 5명에 30장씩, 총 150장을 배분했다. 정작 과제를 하는 아이들은 없다. 교실에서 함께 해주는 교사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A 씨는 “한글 자음을 배우는 아이부터 문장 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까지 그 수준이 다양한데 어떤 아이의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곤란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화면에 집중하지 못했다. 화면 앞에 아이들은 3~5분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출석을 돕고 자리를 이탈한 아이를 다시 불러오느라 학부모들만 이중고를 겪었다”고 말했다.
수업보다도 큰 걱정은 학생들이다. 발달장애의 공통적인 증상 중 하나는 특정 물건이나 현상 또는 사물의 움직임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점에서 태블릿PC,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스마트 기기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가진 물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로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되거나 스마트폰 자체에 과도한 집착 현상을 보이는 발달 장애인도 적지 않다.
A 씨는 “클릭 한번으로 다양한 화면의 움직임을 접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매우 자극적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하루 4~5시간 이상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라는 것은 결국 교육부가 발달장애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소규모 형태의 수업이라도 진행되길 바란다. 발달장애 3급의 12세 자녀를 둔 정 아무개 씨(44)는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교육 공백이다. 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이 운영된다는 뉴스를 보고 특수학급도 하루 1시간만이라도 수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교육청에 수차례 건의해봤지만 온라인 수업을 들으라는 답변만 들었다. 무엇이 다른지 서운한 마음도 든다. 일주일에 한두 번 소규모 형태의 수업이라도 들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