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에선 코로나19 예방조치로 매일 2회 건물 전체 방역을 한다. 정문 출입자는 체온 체크와 소독을 병행한다. 37.5℃를 넘기면 기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LG배 대회 기간 미열 때문에 건물에 못 들어가는 대국자를 위해 야외 대국장까지 준비했다. 아직 한국기원 프로 기사나 직원 또는 관계자 중에서 확진자는 없다.
LG배 국내선발전이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대국장 모습. 사진=사이버오로
통합예선은 지난 15년 동안 이어지다가 이번에 규정이 바뀌었다. 출입국이 자유롭지 않은 현실이라 국가별로 선발전을 치른다. 변화다. 예선 티켓은 한국 7장, 중국 6장, 일본 2장, 대만 1장이다. 선발 방식도 각국 기원에 일임했다. 현재 대만은 오프라인, 일본은 온라인으로 선발전을 치렀다. 대만은 본선 시드 왕위안쥔에 쉬하오홍이 선발되었다. 일본은 시드 무라카와 다이스케, 이치리키 료, 쉬자위안에 오니시 류헤이와 쑨저를 더했다. 총 다섯 명이다. 중국은 시드가 커제, 양딩신, 탕웨이싱 세 명에 온라인 예선을 통해 여섯 명을 더 뽑는다.
LG배 국내선발전은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프로기사 223명과 선발전을 거친 아마추어 8명이 출전했다. 프로기사회에선 만 56세 이상 시니어는 이번 선발전에 나오지 말라고 공지했다. 기사 대의원회에서 결정하고 차민수 기사회장이 회원들에게 통지한 사항이다. 물론 강제규정은 아니다. 이 나이에 해당하는 시니어 중에선 유일하게 최규병 9단만 출전신청을 했다.
대회는 4월 13일 1회전을 시작해 28일에 예선을 치른다. 2주일이 넘는 기간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도록 대회 날짜를 늘렸기 때문이다.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대회를 연다. 그래서 제한시간도 3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라운드별 판 수도 제한했다. 조별로 매일 최소 8판에서 최대 17판이 열릴 예정이다.
어차피 인터넷에서 대국하는데 왜 나와서 둘까?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인터넷 대국이 익숙지 않은 기사도 있고, 무엇보다 대국에 공정성을 담보하는 의미다. 문제는 본선이다. 본선 32강이 열리는 날짜는 6월 1일이다. 과연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출신 선수가 한 장소에 모일 수 있을까?
한국기원 담당자는 “우선 선발전을 무사히 마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월 말에 다시 상황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여러 방안을 놓고 의논할 예정이다. 본선 일정 자체를 연기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예선처럼 온라인으로 대회를 치른다면 각국 기원에 대국감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거나 직원을 파견해야 하는 등 실무적인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한다.
코로나19가 벌린 대국자 사이의 거리는 2m다. 위는 지난 20회 농심신라면배 본선 최종국에서 한국 주장 박정환이 중국 당이페이에게 패하는 모습. 아래는 4월에 열린 LG배 국내선발전 대국 모습. 사진=한국기원·사이버오로
#농심배는 8월로 재차 연기
5월로 연기했던 농심신라면배 본선 3차전은 8월로 재차 연기되었다. 원래 본선 3차전 개막일은 2월 17일이었다. 한·중·일 3국 기원이 최종 합의한 대국일정은 8월 18일부터 22일까지다. 대국 장소는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 본선 1∼2차전을 마친 21회 농심신라면배는 한국 박정환, 일본 이야마 유타, 중국 커제·판팅위·미위팅·셰얼하오가 출전 대기 중이다. 3차전 첫 대국은 박정환과 이야마 유타가 대결하는 한일전이다. 현재 상황만 보면 일본 선수의 입국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농심 홍보담당자는 일요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그즈음 전반적인 상황을 봐서 다시 연기될 수도 있다. 아직 온라인 대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본선 개막과 폐막을 중국 현지에서 하는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선발전 일정은 어떻게 될까? 농심신라면배는 매년 7월 무렵 국내선발전을 치른다. 농심신라면배 출전선수는 다섯 명. 랭킹 시드로 1명, 와일드카드로 1명이 정해진다. 남은 세 자리를 놓고 전체 프로기사가 한국기원에 모인다. 한국기원 담당자는 “본선과 국내선발전 일정은 별개다. 대회 연기는 한중일 선수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사만 대국하는 대표선발전은 지금 LG배처럼 진행하거나 상황에 따라 안전장치를 더 넣어 올해 여름에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마스크를 끼고 바둑판 대신 모니터 앞에 앉은 이도현. LG배 대국 모습. 사진=사이버오로
#중국발 세계대회는 대부분 취소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는 꽁꽁 막혔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춘란배, 천태산배 등 중국대회는 모두 잠정 취소라고 통보받았다. 중국기원 직원들은 아직도 재택근무 중이다. 추후 일정에 대한 논의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항상 올림픽과 같은 해 열렸던 응씨배도 올해 개막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단 하나의 예외는 있다. 바로 몽백합배다. 본선 8강전이 4월에 열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8강 대국자 중 7명이 중국 기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16강에서 이미 박정환·변상일·김지석·박영훈 등 한국 기사들은 모두 탈락했다. 8강 대진은 커제-판팅위, 미위팅-셰얼하오, 멍타이링-쉬자양, 셰커-이치리키 료다. 이 중 셰커와 이치리키료가 만나는 중일전만 온라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대회가 사라져 직격탄을 맞은 바둑방송사는 울상이다. 올해 상반기에 GS칼텍스배, 맥심커피배, 쏘팔코사놀배, 지지옥션배, 대주배 등 기사 두 명만 스튜디오로 나오는 국내대회로 편성표를 채웠다. 바둑TV는 4월 들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열리는 대회들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바둑 국가대표들의 리그전 ‘2020 TYGEM 국가대표 최강리그’와 13세 천재 바둑 소녀 김은지의 거침없는 도전기 ‘김은지의 오로왕별 무한도전’,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2020 미리보는 여자리그’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