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가 도쿄올림픽 축구 종목에서 1997년생 선수들의 참가를 확정하며 지난 1월 아시아 예선 우승으로 본선행 티켓을 따낸 선수들의 참가 여부가 결정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올림픽 1년 연기가 가져온 혼란
한편으로 스포츠계는 올림픽이 미뤄지면서 선수들의 참가 자격을 놓고 의견이 갈려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특히 참가 연령이 제한된 축구 종목에서는 그 정도가 더했다. 올림픽에서 남자 축구는 23세 이하 선수들의 참가를 원칙으로 한다. 18명의 엔트리 중 24세 이상 선수들의 참가는 3명(와일드카드)으로 제한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더욱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올림픽 예선을 겸해 지난 1월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대한민국 최초 우승과 함께 세계 최초 9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바 있다. 하지만 팀의 주축을 이룬 1997년생 선수들이 만 24세가 되는 2021년에는 대부분 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U-23 챔피언십 엔트리 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1997년생이다. 대회 MVP를 차지한 원두재(울산 현대), 팀 내 에이스로 평가 받는 이동경(울산 현대), 결승전 결승골을 만든 핵심 수비수 정태욱(대구 FC), 주전 골키퍼 송범근(전북 현대 모터스) 등이 모두 1년 뒤엔 24세가 된다. 이외에도 독일에서 활약 중인 해외파 백승호(다름슈타트), K리그에서 통산 113경기를 소화한 한찬희(FC 서울) 등도 올림픽에 승선할 수 있는 후보들이었다.
올림픽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회기도 하다. 앞서 2012 런던올림픽에서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등은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혜택을 받았다. 이는 국내 복귀 없이 10여 년간 해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올림픽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는 대회다.
본선행을 이끈 선수들과 동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IOC가 결정을 내리자 김학범 감독은 “행운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도 1997년생 선수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올림픽 예선을 치른 선수들이 불가항력적 사유(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돼 본선에 참가할 수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FIFA가 응답했다. 대회가 연기됐지만 출전 자격은 기존의 기준을 유지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곧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같은 내용의 공식 발표로 화답했다.
김학범 감독은 “1997년생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는 행운”이라고 반응했다.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들도 본선 경기장을 밟지도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났다. 불투명했던 대회 참가 길이 열린 선수들은 국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선수들 또한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만 23세 월드스타 누가 있나
도쿄올림픽 축구 종목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합류한 일본을 포함해 16개국이 나선다. 16개 나라를 선정하는 예선 과정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대부분 예선이 끝난 가운데 북중미 지역 예선이 치러지지 않아 2장의 티켓이 ‘미정’으로 남아 있다. 본선 참가를 확정지은 나라 중 이번 IOC의 결정으로 올림픽 참가 길이 열린 1997년생 스타는 누가 있을까.
가장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곳은 브라질 대표팀이다. 브라질은 그간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로 가장 시상대에 많이 오른 팀이다. 언제나 유망주가 끊이지 않는 축구 강국이기도 하다.
브라질 스타 가브리엘 제수스와 히샬리송은 2019년 대한민국 대표팀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공격진에 가브리엘 제수스(맨체스터 시티), 히샬리송(에버튼)의 이름이 눈에 띈다. 2019년 11월 대한민국과 친선경기에서 투톱을 형성하기도 했던 이들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년간 각 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제수스는 세계 최고 명장으로 평가받는 펩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맨시티에서만 139경기에 나서 63골을 넣었다. 루카스 파케타(AC 밀란) 또한 브라질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2년차에 접어든 유럽 무대에서는 아직 보여준 것이 많지 않지만 여전히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다.
브라질과 ‘영원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가 빛난다. 인터밀란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2019-2020시즌 기량이 만개하며 모든 대회를 통틀어 31경기에서 16골을 기록했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을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공격수다.
유럽에서는 역시나 축구 강국 스페인과 독일의 선수들이 존재감을 뽐낸다. 이미 A(성인)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이들이지만 여전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연령이다.
1997년생 브란트는 독일 대표팀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활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차군단’ 독일에서는 이미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경험한 바 있는 율리안 브란트(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대표적인 1997년생 스타다. 그는 만 19세 시절이던 2016년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9개)를 기록한 선수로 등극했다. A매치 대표팀에서도 이미 30경기 넘게 출전하며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10번을 달고 뛰고 있다.
가브리엘 제수스부터 율리안 브란트까지, 이들이 나선다면 올림픽을 넘어 월드컵을 방불케 할 화려한 참가 명단을 자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올림픽에 모두 나서는 장면을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다.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림픽 외에도 많은 스포츠 이벤트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약 1개월 앞두고 열릴 예정이던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 2020), 코파아메리카 등도 올림픽과 함께 1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대회에 참가할 축구 강국들은 올림픽보다 각 대륙 대회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