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엄정수사 촉구 집회’에 참석한 피해자들. 사진=고성준 기자
수원여객운수는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시내버스 회사다. 사모펀드 운용사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스트라이커)가 2017년 12월 세운 수원모빌리티(옛 SCM제일차) 산하에 있다. 스트라이커는 수원모빌리티를 앞세워 2018년 초 수원여객운수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스트라이커는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276억 원을 빌렸다.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9년 1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스트라이커에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친 317억 원을 48시간 이내에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만기도 한참 남은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요구였지만 스트라이커는 48시간 안에 돈을 마련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런데 그 직후 수원여객운수 자금담당 임원이 회사 돈 161억 원을 횡령해 자취를 감춘 일이 발생했다. 스트라이커는 곧장 고소장을 접수했다. 단순한 거액 횡령 사건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46)의 이름이 나오면서부터다. 김 전 회장은 조국 사모 펀드 사태와 상상인그룹 사건 등 최근 연이어 일어난 사모 펀드 관련 잡음의 중심에 선 바 있다(관련기사 기업사냥 파트너? ‘조국 펀드’ 코링크-상상인 수상한 관계 추적).
경찰 등에 따르면 대출 상환 요구 때 라임자산운용은 스트라이커가 소유한 수원여객운수 지분 53.5%를 대출금 대신 받아내 서원홀딩스란 회사로 넘길 계획을 이미 세워놓고 있었다고 한다. 서원홀딩스는 스타모빌리티와 마찬가지로 김봉현 전 회장이 실소유했다고 알려진 회사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이 595억 원을 투입한 스타모빌리티 자금 571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동시에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횡령이 아닌 계획된 범죄로 보고 수사망을 좁혀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광우 전 전무의 관계가 대학 시절부터 시작됐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제껏 이 전 부사장은 캐나다 국적자로 1999년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를 입학해 2004년 졸업한 뒤 한국으로 들어온 인물로 소개됐다. 김 전 전무와의 관계도 업계에서 만난 인연 정도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종필 전 부사장 이력 내역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과 김광우 전 전무는 비슷한 시기 서울대 경영학과를 다녔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에 재학 중이던 이 전 부사장은 2003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왔었다. 메리츠종금증권 출신 인사에 따르면 호남 출신인 김 전 전무는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와 고려대를 거친 뒤 삼수 끝에 1999년쯤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김 전 전무의 전공도 이제껏 알려진 바와 달리 경제학과가 아니라 경영학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김광우 전 전무는 라임자산운용이 계획적으로 수원여객운수에 심은 인사라고 파악됐다. 라임자산운용은 스트라이커에 수원여객운수 인수 자금을 빌려주며 메리츠종금증권 이사로 근무 중이었던 김 전 전무를 수원여객운수 자금 담당 임원으로 배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었다. 실제 스트라이커는 2018년 10월쯤 김 전 전무를 영입해 수원여객운수 자금 담당 임원으로 배치했다.
김봉현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부사장의 연결 고리는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금융감독원 소속 김 아무개 팀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팀장은 라임자산운용 현장검사가 시작된 2019년 8월쯤부터 검사가 종료된 최근까지 여러 차례 실무부서에 전화를 걸었다고도 한다.
김 팀장과 김봉현 전 회장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가까운 동갑내기 친구였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김 팀장에게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제공하는가 하면 김 팀장의 동생을 스타모빌리티 사내 이사로 앉히기까지 했다.
김 팀장은 김봉현 전 회장에게 김광우 전 전무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이 유흥업소에서 찍은 사진까지 공개된 상태. 사실상 이종필 전 부사장 복심이었던 김 전 전무는 이 전 부사장과 김봉현 전 회장 사이를 잇는 교두보가 됐다. 스타모빌리티 사내 이사 명단에는 김광우 전 전무의 옛 장인도 들어가 있다.
김 팀장과 김광우 전 전무의 직접적인 인연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김 전 전무와 김 팀장이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관계라고 보도됐으나 김 전 전무가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메리츠종금증권 과거 동료 증언이 나온 까닭에 둘의 뚜렷한 연결고리는 없다.
다만 금융권에 따르면 김 전 전무는 메리츠종금증권 재직 시절인 2018년쯤부터 “금융감독원에 친한 선배가 있다. 가족끼리도 잘 안다”며 김 팀장을 염두에 둔 듯한 이야기를 주변에 했다고 한다.
수사당국은 라임 횡령 세력을 뒤쫓고 있다. 김 팀장은 4월 26일 검찰에 체포됐다. 이종필 전 부사장과 김봉현 전 회장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김광우 전 전무는 중국 칭타오에서 찍힌 사진이 최근 공개됐다.
김 전 전무를 잘 아는 한 금융권 인사는 김 전 전무의 다음 행선지로 필리핀을 꼽았다. 이 인사는 “김 전 전무는 자신이 메리츠종금증권 시절 투자했던 국외 투자처를 은신처로 삼았다. 그는 괌 프로젝트와 칭타오 맥주 관련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했었다. 필리핀 리조트도 손댔기에 다음에는 필리핀에서 발견될 것 같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라임 사태란? 173개 펀드 1조 6000억대 환매 중단 라임 사태란 라임자산운용이 2019년 하반기 운용하던 펀드의 손실이 커지자 펀드 환매를 중단한 사건을 이른다. 펀드 상품은 자산운용사 등이 설계한 펀드를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대리 영업해 개인이나 법인의 돈을 끌어오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개인이나 법인이 은행과 증권사 등을 거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그 금액은 자산운용사로 보내져 대량 투자를 일으킨다. 자산운용사가 펀드 환매를 중단하면 투자자는 돈을 돌려받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고객에게 미래 손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가 종종 발생했다. 라임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나타나 사태의 심각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해 중순 기준 펀드 290개를 운용하며 최대 5조 9000억 원을 굴려온 자산운용사다. 2019년 말 기준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총 173개다. 173개 펀드로 투자된 금액은 계좌 총 4616개에서 나온 1조 6679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개인 계좌는 4035개, 투자액은 9943억 원으로 파악됐다. 개인 계좌당 투자된 2억 4641만 원이 환매 중단된 셈이다. 개인 투자자의 46%가 60대 이상이었다. 개인 투자액 규모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KEB하나은행,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순으로 나타났다. 최훈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