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아래 인보사 임상 재개에 나섰으나 안전성 도덕성 논란은 여전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11일(한국시간) FDA로부터 인보사의 미국 임상 3상 시험(환자투약)을 재개해도 된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13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신장유래세포를 기반으로 진행했던 1·2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유효하며 이에 기초해 기존의 2액 세포로 임상 3상 시험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FDA가 인정해 준 것”이라며 “임상시험 환자 동의 서류와 계획서를 30일 내 제출하고, 관련 후속 절차를 거쳐 연내 임상 3상을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임상 재개 소식에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그러나 코오롱티슈진의 재기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관련기사 인보사 임상 재개에도…코오롱생명과학 ‘극적 반전’ 아직 이르다). 여전히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허위사실 은폐에 따른 도덕성·안정성 문제, 투자자와 투약 환자들의 경제적·신체적·정신적 피해는 해결되지 않았다. 때문에 임상 재개가 인보사를 둘러싼 각종 소송이나 식약처의 허가 취소 결정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것.
앞서 지난해 투자자와 투약 환자, 식약처, 손해보험사 등은 코오롱 측에 손해배상과 형사처분을 요구하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도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실무진 책임자에 이어 최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까지 구속기소했고, 이웅열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한국에서 허가가 취소된 이유는 안전성 여부를 떠나 허가해 준 세포 물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임상 재개를 이유로 식약처가 결정을 번복하진 않는다”며 “같은 이유로 허가 취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코오롱 측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보사 투약 환자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는 엄태섭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의 쟁점은 허가받지 않은 성분의 의약품을 세포를 속여 판매하고, 신장세포에 대해 환자들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연골재생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허위·과장 광고한 점”이라며 “임상 재개와 전혀 무관한 사안으로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코오롱 측은 인보사 개발 초기 닳은 연골세포를 재생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유전자치료제라고 홍보하면서 인기를 끌었고, 이는 코오롱그룹주 주가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그간 많은 연구와 실험이 이뤄진 신장유래세포가 아니라 새로운 연구 성분인 연골유래세포를 활용했다고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1회 7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지만 국내에서 3000여 명의 환자가 투약한 이유다.
인보사 임상 재개에도 허위서류 제출 등 혐의는 유효한 만큼 인보사를 둘러싼 민·형사 소송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그룹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인보사 사태 중심엔 늘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있다. 이 전 회장은 1996년 회장 취임 후 1999년 미국에 티슈진을 설립, 이듬해 한국에 코오롱생명과학을 세우면서 인보사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코오롱 측은 인보사가 국내외 주목을 받을 땐 이 전 회장의 바이오 신약을 향한 집념 덕분이라며 자평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미국 임상 3상을 추진 중이던 2018년 11월 450억 원대 퇴직금을 받고 돌연 사임했고, 이듬해 초 세포변경 사실이 드러났다. 코오롱은 이 전 회장이 퇴임 전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이 전 회장도 내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공소장을 보면 코오롱 내부에서 실험 결과 일부를 지우고 제출하는 행위들이 오래 전부터 이뤄졌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이 전 회장은 행위를 저지른 당시 법률상 책임을 져야 하는 이사였고, 현재도 회사 대주주인 만큼 업무집행 지시 및 최종 책임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태섭 변호사도 “개발 당시 대표진과 연구진이 동일한 사실상 같은 그룹인데다 이 전 회장이 4번째 자식이라며 이끌던 사업이다. 관련 중대 사안을 공유하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허위자료 제출 적극 가담 여부, 식약처 허가 과정에서 구체적 성분 변경까지 회장이 직접 지시했거나 알고도 묵인했는지 등에 따라 수사 진행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상 재개 통과 가능성도 적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미국에서 임상 재개를 허가해 준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한 게 아니라 입증해보라는 차원이라는 것. 임상시험을 진행할 연구진과 투약 환자를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인보사는 국내 임상에서 연골재생 효과는 입증하지 못한 통증완화제로 그간 데이터를 보면 미국에서 시험해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며 “기존 의학자들이 대규모 소송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계속 참여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대우 교수도 “임상 3상 재개는 일단 시험해보라고 한 뒤 추후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별 의미가 없다”며 “성분이 신장유래세포로 바뀐 만큼 암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비해 FDA가 굉장히 까다롭게 지켜볼 것이기에 임상 3상 과정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