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엄한 경호 속에서 선거 운동을 펼쳤던 태구민 후보. 태 후보는 21대 총선에서 승리해 당선자 신분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2016년 탈북한 뒤 태구민 당선자는 꾸준히 ‘신변 위협 우려’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탈북 인사 가운데 테러 우려가 큰 ‘가급’ 신변보호 대상이다. 가급 신변보호 대상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신변보호지침 3단계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가급으로 분류된 신변보호 대상은 24시간 가까이 신변보호 담당 경찰관의 경호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경호 관련 사항은 외부에 알려진 바가 없다.
가급 신변보호 대상은 각종 문서에 자택·사무실 주소를 기재할 때 ‘허위 주소’를 적는 것이 허용된다. 태 당선자가 주민등록상 이름을 태구민으로 등록한 이유 역시 테러 위협에 대한 안전 보장 차원이었다.
보안 당국 입장에서 태 당선자의 총선 출마는 그야말로 ‘초유의 사태’였다. 최고 수준의 경호를 받는 인사가 대중과 무차별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선거 후보자가 된 까닭이었다. 지역구 사무실 주소와 선거 유세 동선이 고스란히 노출된 까닭에 보안 당국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이제 시선은 국회 등원 이후 태 당선자의 경호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쏠린다. 고위급 탈북자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는 한 소식통은 “태구민 전 공사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뒤부터 당선되기까지 보안 당국으로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라면서 “태 전 공사가 당선되면서 보안 당국의 경호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태 전 공사 말고도 가급 신변보호 대상을 경호하는 경찰 인력이 전국에 수백 명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신변보호 대상들을 경호하는 인력들의 노고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태 공사 말고도 북한과 관련한 주요 정보를 알고 있거나 알 수 있는 적지 않은 인사들이 가급 신변보호대상으로 분류돼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국회 보좌관 출신 북한 전문가는 “국회의원에겐 따로 경호가 붙지 않는다”면서 “탈북민 출신 태구민 당선자의 경우 워낙 특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한다면, 국외로 나가는 일도 생길 텐데 그렇게 되면 경호 프로세스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보안 당국은 당선자 신분이 된 태 전 공사 경호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태 전 공사의 신분이 국회의원으로 바뀌었지만, 경찰 경호 담당 인력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급 신변보호 대상인 태 전 공사의 직책이 바뀌었다고 경호 인력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외 출장시 태 당선자의 경호 절차와 관련해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상당히 특이한 경우”라면서 “그가 국외로 나간다면 경호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태구민 전 공사가 21대 총선에서 승리하자 북한 매체들은 ‘강남 지역’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4월 17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서울시 강남구 부패의 소굴로 전락’이란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태 전 공사 당선을 겨냥한 불쾌감을 간접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아리는 “(강남엔) 부자들과 특권층이 많이 살고 있어 ‘서울보통시 강남특별구’라 불린다”면서 “이곳에는 부패·타락한 생활에 물든 자들이 우글거리는 각종 유흥시설과 유곽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4년 전 남조선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추문사건’의 주범인 최순실도 이곳에서 부화방탕한 생활을 하며 특권층 족속들과 박근혜를 쥐고 흔들었다고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