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지만, 팔면 팔수록 적자인 구조에 마냥 웃지만은 못하는 상황이다. 사진=고성준 기자
#코로나19로 주문량 폭증, 적자폭 확대?
쿠팡 주문량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1월 28일 330만 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300만 건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70~80% 증가한 수치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은 1월 말 물동량 330만 개를 기록 후 현재 250만~300만 개를 유지 중”이라며 “2018년도 일평균 배송 건수 100만 건, 2019년도 180만 건 수준임을 고려할 때 압도적인 물동량 증가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쿠팡의 직매입과 자체배송(로켓배송) 시스템은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적자가 커진다. 물류·배송체계를 구축·운영하는 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물류 업체에 위탁하는 것보다 사업 운영비가 2배 이상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기준 쿠팡 비용 중 인건비(53%)와 운반 및 임차료(13%) 부담이 가장 크다. 2014년 로켓배송이 시작한 이후 5년간 누적 지급된 인건비는 4조 680억 원에 달한다. 물류센터 투자도 쉬지 않았다. 전국 쿠팡의 물류센터는 2014년 27개에서 2019년 168개로 확대됐다. 3200억 원 투자한 대구 최첨단 대규모 물류센터는 2021년 완공 예정이다.
쿠팡은 적자 구조를 탈피하고자 인건비부터 손을 댔다. 2018년 말 새벽 배송을 시작하면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고용 정규직 쿠팡맨을 채용하기엔 여력이 없었다. 쿠팡맨 1만 5000명까지 늘리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현재 쿠팡맨은 6000명선에서 멈췄다. 대신 2018년 8월 쿠팡플렉스를 통해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고 물량을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했다. 현재까지 10만 명 넘는 사람이 쿠팡플렉스에 등록했다. 이 중 하루 평균 5000명 안팎이 일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9년 쿠팡의 판관비율은 2018년보다 3.9%포인트(p) 개선됐는데, 이는 판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증가율이 2018년 +51%에서, 2019년 +41%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사는 적자 못 버티고 탈출
줄어든 인건비 부담 덕분에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 4월 14일 쿠팡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7조 1530억 원, 영업손실 7205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18년 영업손실률이 26.3%(영업손실액 1조 1279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10.1%로 줄어들었다.
쿠팡은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실적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성을 봤다. 하지만 계속 외형 확장 전략을 추구하기엔 실탄이 부족하다. 영업적자 수준과 현금흐름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특히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한 30억 달러를 다 썼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차입과 유상증자를 통해 25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코너에 몰린 쿠팡이 나스닥 상장 또는 네이버 연대로 돌파구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관련기사 쿠팡, ‘엘리엇’에 물려도 ‘네이버’ 잡으면 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금을 다 쓴 것은 확실해서 쿠팡이 자금 조달을 검토해야 한다”며 “나스닥 상장, 네이버 연대 등이 유력한 후보인데, 이번 실적 발표로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손정의 회장이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추가 투자를 받는 것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던 11번가, 티몬이 외형 경쟁에서 ‘탈출 버튼’을 눌렀다. 매출이 줄더라도 이익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1번가는 사업을 축소하고 프로모션을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4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하고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낸 상황과 비교하면 결코 작지 않은 성공이다. 지난 3월 티몬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처음으로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 역마진이 심했던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슈퍼마트’ 서비스를 중단하고 가전 등의 판매를 줄인 결과다.
반면 쿠팡은 지금과 같은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자금 조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올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금성 자산 규모가 8000억 원에 달한다”며 “매출도 61% 증가했으며 그에 따른 손실도 줄었다는 것을 확인하시면 재무안정성에 우려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