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나사렛대학교. 사진=나사렛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4월 17일 나사렛대학교에 따르면 학교는 브리지학부 교수 2명의 장애학생 인권침해 의혹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발인인 학부장은 2명의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년 동안 학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인격모독, 권력 남용, 외모 비하, 성희롱 행위 등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A 교수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A 교수에 대한 고발 내용은 금전 편취를 포함한 부당행위 강요, 인격 모독적 발언, 교직원 성희롱 등이다. 이 가운데에는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도 포함되어 있었다. A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 참석한 장애학생들을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표현해 학생들로 하여금 모욕감을 느끼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가 속한 나사렛대학교 브리지학부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이 고등교육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과 소양을 갖추고 졸업한 뒤 지역사회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학부 재학생들은 전원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A 교수 역시 발달장애 학생들의 사회적 자립과 자아실현, 자기 성장 등을 목표로 한 수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학생들이 학부장과의 상담에서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알려졌다. 학교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2019년 몇몇 학생들이 ‘일부 교수들의 언행으로 상처를 받았으며 이를 정식으로 문제 삼겠다’고 했다. 상담 과정에서 복수의 학생들이 비슷한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A 교수는 최소 2014년부터 자신의 수업시간에 해당 표현을 사용해왔다. 2017년에는 전 학부장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던 사실도 있었다. 당시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A 교수의 언행에 불편함을 표하며 ‘시위를 하겠다’고 나서자 전 학부장이 A 교수를 개인적으로 불러 주의해 달라고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A 교수는 이듬해인 2018년 강의에서도 동일한 발언을 했고 이로 인해 학생들이 모욕감을 느꼈다고 한다.
졸업생 B 씨는 일요신문과에 A 교수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불쾌함을 토로했다. B 씨는 “수업 내용과 크게 연관이 없음에도 복지카드라는 언급을 자주했다.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과 그렇지 않은 친구들을 비교하면서 해당 표현을 쓰기도 하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졸업생 C 씨는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당히 불쾌했다. 교수님께서 평소에 우리를 그렇게 봤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직접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장애 유형과 발달 정도에 따라 문제 인식과 이해 능력에 있어서 개인별 차이를 보이는 발달장애의 특성상 해당 발언에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 학생도 있었던 까닭이다. B 씨는 “교수님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느꼈지만 바로 얘기하지 못했다. 교수님의 말에 기분 나빠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나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틀어졌다는 비난을 받을까 걱정됐다. 당시에는 그러한 행동이 교수님께 대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C 씨 역시 “학업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일을 시키기도 했다. 식사나 간식거리 등 심부름은 용돈에서 해결해야 했다. 학점이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어 다른 교수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니 후배들이 피해를 입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들은 더 이상의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피해를 호소한 한 학생은 상담 과정에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 모두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 학교에 어렵게 들어왔다. 교수님께서 ‘(이렇게 말해도) 모르겠지?’라는 생각으로 하시는 말씀을 이해하고, (불쾌하다고) 느끼는 친구들도 분명 있다. 오해가 아니고 교수님의 잘못이 맞다고 인정하셨으면 좋겠다. 후배들은 더 이상 피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사렛대학교는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3월 조사에 착수했다. 2019년 12월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석 달 만이다. 나사렛대학교 교무처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사건 조사 중이라 관련 내용은 말할 수 없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3항에서는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