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천안시체육회장 선거에 참여한 ‘무자격’ 선거인은 총 111명에 달한다. 당시 선거에 참여한 선거권자가 225명으로 집계된 만큼, 무자격 선거인의 숫자는 후보들의 당락에 충분히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체육회장 선거 규정에 따르면 투표권이 부여되는 대의원은 ▲정회원단체의 장 ▲읍‧면‧동체육회의 장 ▲시종목단체(정회원) 대의원 중 추첨에 의해 선정된 사람 ▲읍‧면‧동체육회 대의원 중 추첨에 의해 선정된 사람에 한한다. 즉, 회장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인’은 기존에 체육회에 제출돼 있고 체육회가 인증한 ‘대의원명부’를 기반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대의원 명부에 명시되지 않았거나, 체육회의 인증을 받지 않고 각 단체에서 임의로 선발한 대의원은 선거인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천안시체육회장 선거에서는 기존에 천안시체육회가 보유하고 있는 대의원 명부와 전혀 다른 선거인 명부가 만들어졌다는 것. 일요신문 확인 결과 선거인명부상의 선거인과 대의원명부에 따른 선거권자가 전원 일치인 종목단체는 총 51곳 가운데 단 5곳뿐으로 집계됐다. 현재 기준으로 미확인단체는 9곳이다.
반면 나머지 대다수의 종목단체는 당연 대의원인 종목단체장을 제외한 제3의 인물들을 선거인 명부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확인단체를 제외하고도 대의원 명부에 없는 선거인은 총 111명에 달하며, 이 같은 무자격 선거인들이 지난 4월 3일 천안시체육회장 선거에 참여한 것이다.
당초 이 사실은 선거 직후에 체육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먼저 의혹으로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에 후보로 참여했던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지난 6일 천안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문제를 직접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실제 대의원 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무자격 선거인으로 선거를 치른 만큼 선거 결과의 무효 여부를 판단해야 할 사안에서 단순히 ‘선거인 명부에 대한 이의신청’으로 문제를 축소, 각하결정을 내린 것.
김 전 상임부회장은 이에 대해 “이 사건은 무자격 선거인으로 선거가 치러졌고 당선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므로 그 선거 자체와 당선의 효력이 이의 제기의 대상인 것이지, 명부 작성 시에 한해 ‘선거인’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선거인명부 이의신청’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잘못된 결론을 내린 것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전 상임부회장은 지난 22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천안시체육회와 그 회장을 상대로 직무정지가처분과 당선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3 선거가 앞서 진행된 회장 선거가 무효로 결론 내려지면서 치러진 재선거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재선거의 재선거’가 이뤄질 수 있을 지를 놓고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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