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은혜 당선인
정찬민 당선인이 용인시장을 지내며 지역 기반을 닦아온 정치인이라면 김은혜 당선인은 선거를 불과 한 달 남기고 이사 온 새내기다. 김병관 의원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분당에 온 지 한 달밖에 안 돼서인지 공약을 보면 분당‧판교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반면 성공한 IT기업인이자 판교 스타트업의 상징적인 인물인 김병관 의원은 분당에 10년 이상 거주하며 나름 탄탄한 연고를 갖추고 있었다.
김병관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영입인재로 분당 갑에 공천돼 6만 3698표를 득표하며 당선됐다. 새누리당 권혁세 후보와 1만 표, 국민의당 염오봉 후보와 4만 표 차이의 승리였다. 삼자 대결로 치러진 승부에서 완승을 거둔 만큼 지역구 관리만 잘한다면 분당 갑에서의 재선은 무난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양자 대결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김병관 의원은 1128표(0.7%) 차이로 김은혜 후보에게 패했다. 지역에서는 유권자들이 서현동 110번지 공공주택개발 문제, 종합부동산세 부담,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 전환 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정부와 여당에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현동 110번지 공공주택 개발은 국토교통부와 LH가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2500세대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학교 부족, 교통 과밀 등의 이유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김병관 의원은 “임기 내내 신경 쓴 서현동 110번지와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문제는 끝까지 해결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지만 유권자들은 20대 국회에 해당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 김병관 의원보다 김은혜 후보의 “서현동 110번지 난개발은 전면 철회시켜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주민동의 없는 개발계획은 용납할 수 없다”는 발언에 더 끌렸던 것으로 보인다.
서현동 110번지가 위치한 서현 1동에서 김은혜 후보는 1만 220표를 얻으며 7516표를 얻은 김병관 의원을 크게 앞섰다. 이곳에서만 2704표 차이를 내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도 대표 부촌 중 하나인 판교신도시가 위치한 분당 갑은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문제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크게 흔들었다. 김은혜 후보는 공시가격 인상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상승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공시지가 인상을 저지하고 건보료 납부 방식도 부동산 중심이 아닌 소득 중심으로 일원화해 분당‧판교 주민의 건보료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김병관 의원도 지난 3월 27일 같은 당 강남, 서초, 송파, 양천, 용산 후보들과 1세대 1주택 종부세 세율 축소를 공약으로 내걸며 보유세 인상으로 요동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달랬다. 선거를 이틀 앞둔 13일에는 성남지역 청년 세무사들이 김병관 후보 캠프를 찾아 공시가격 변동으로 재산세 세금인상액은 미미하고, 공시가격 9억 이하 1주택자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금폭탄론은 ‘잘못된 과장’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표심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현안은 LH 10년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 전환 문제다. 김병관 의원도 2018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해결 의지를 보였지만, “국회 국토위원회에 들어가 국토부 장관, LH 사장을 불러 문제를 따져 묻겠다”,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을 국토부와 건설사가 훔쳤다”던 김은혜 후보의 적극성이 돋보였다는 평이 많다.
자칭 ‘김은혜 법’이라는 1기 신도시 재생지원 특별법 입법 공약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노후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 촉진을 위한 용적률 건폐율 상향, 사업 시행 시 장기저리 대출, 세입자 및 원주민의 입주 보장, 1기 신도시 광역교통망 마련, 부동산 관련 조세 감면 등의 내용이 담긴 공약은 재건축 수요가 많은 지역 상황을 꿰뚫는 공약이었다.
미래통합당이 전멸하다시피 한 수도권에서 통합당 간판을 달고 당선된 것은 유권자들이 당보다 후보 개인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말은 김 당선인이 21대 국회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김은혜 당선인 측은 20일 “김병관 의원도 20대 국회에서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셨겠지만 담당 상임위가 국토교통위원회가 아니었다는 것과 정부 여당 정책에 반대하기 어려웠다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김은혜 당선인은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토교통위에 들어갈 계획을 하고 있다. 특히 언론인으로의 경력과 인맥을 살려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끌어 낼 계획”이라고 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