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시리즈M
역대 최악의 국회로 불리는 20대 국회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16년 총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을 놓고 계파인 친박과 비박 간 ‘죽고 죽이는 살생부’ 공천 갈등이 벌어졌다.
20대 총선의 결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122석 대 야당 더불어민주당 123석으로 16년 만의 여소야대라는 충격적인 성적표가 던져졌다.
국회 여소야대 이후에도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이 전개됐다.
19대 대선 이후 20대 국회 회기 중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여야가 교체되면서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의원 감금, 점거 농성 등 거친 몸싸움과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 보이콧과 파행이 반복되었던 20대 국회의 법안 통과율은 역대 최저치인 36%에 머무르고 있다.
표창원 의원은 “나는 누군가, 나는 어디에 있나, 난 무엇을 하고 있지? 이런 근본적인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어요. 스스로 자신의 독립성을 무너트리고 헌납하는 모습들. 너무 참담했습니다”고 말한다.
김세원 의원도 “무언가 이대로 가면은 이대로 가면은 당이 죽을 수밖에 없다 하는 거를 좀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고”고 말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미래통합당 김세연 의원이 지난 4년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진솔한 소회를 밝혔다.
탄핵에서 시작해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싼 대치에 이르기까지, 정쟁과 이념 대립의 한가운데에서 최악의 국회를 직접 경험했던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 정치의 현 주소는 어디쯤일까.
“왜 우리 아이들이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나요?”
누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했던가.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을 비롯해 아직 국회에는 통과되지 못한 200여 개의 민생 법안들이 잠들어있다.
총선 기간 여야가 입을 모아 통과를 외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방지를 위한 3법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가운 길 위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은 오랜 시간 어린이교통안전법안의 통과를 기다려왔다. 부모님들의 간절함은 2019년 11월 20일 패스트트랙 법안의 철회를 요구하며 시작된 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농성 앞에 무너졌다.
역대 최다 농성을 기록한 동물국회, 남 탓 싸움으로 점철된 좀비국회, 그리고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식물국회까지. 20대 국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달 남짓 남은 20대 국회, 이 기간 동안 계류되어 있는 민생 법안들은 통과될 수 있을지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