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삼성중공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6억 원 및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삼성중공업. 사진=고성준 기자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206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게 3만 8451건의 선박 및 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 및 하도급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후에 발급했다.
계약서면 3만 8451건 가운데 전자서명 완료 전에 이미 공사 실적이 발생한 경우가 3만 6646건, 공사완료 후에 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684건, 지연발급 건을 파기하고 재계약을 맺은 경우가 1121건이었다.
삼성중공업의 계약시스템 운용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표면상으로는 계약서면 지연발급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공정위는 전자서명 완료일, 최초 공사실적 발생일 등을 추가 조사해 서면 지연발급행위를 적발했다.
삼성중공업은 계약일자를 하도급 업체와의 전자서명이 완료된 날이 아닌 자신이 계약서를 작성한 날짜로 설정했고, 계약서 작성시점에 작업이 이미 시작된 경우에는 공사시작일이 계약서 작성시점 이후가 되도록 설정했다.
삼성중공업은 또 2017년 7월께 선체도장 단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년 대비 일률적인 비율로 인하해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2017년 7월부터 2018년 5월까지 10개 선체도장 업체에게 409건의 공사를 위탁하면서 5억 원의 하도급대금을 인하한 사실이 확인됐다. 선체도장 작업이 이뤄지는 도크 또는 선종별로 작업의 난이도가 각각 다르며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95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2912건의 수정추가공사를 위탁하고, 공사가 진행된 이후에 사내 하도급 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수정추가공사가 발생하면 삼성중공업의 생산부서에서 실제투입공수를 바탕으로 수정추가공수를 산정해 원인부서와 예산부서의 검토를 요청했다. 이때 생산부서는 비물량성 공사의 경우 능률 등을 반영해 실제투입공수보다 낮게 수정추가공수를 산정했다. 원인부서와 예산부서의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추가로 삭감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 결과 삼성중공업의 공수 삭감 과정에서 2912건의 수정추가공사 하도급 대금이 하도급 업체의 제조 원가 수준보다도 낮게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사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음에도 142개 사외 협력사에 제조 위탁한 선박부품 6161건을 임의로 취소 또는 변경했다. 설계변경, 선주요구 등으로 위탁한 품목이 필요 없거나 그 수량이 줄어들게 되는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한 발주를 취소·변경했다.
이에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의 서면발급의무 위반행위,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 부당한 위탁취소 행위에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 공표명령)과 과징금 36억 원 부과를 결정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는 “계약시스템의 부적절한 운용을 통한 관행적인 ‘선시공 후계약’ 행위를 적발·제재함으로써 향후 서면발급의무가 충실히 준수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도급 업체와의 협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한 행위를 제재함으로써 향후 하도급대금 결정과정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