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건을 심사한 결과 이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제주항공의 B737-800 기종.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지난 3월 2일 이스타항공의 주식 51.17%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 13일 해당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는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 업계의 상황들을 감안해 최대한 신속히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심사 결과 이스타항공이 법에서 규정한 회생이 불가한 회사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기업결합 제한 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회생 불가회사 항변 인정)했다.
회생 불가회사 항변의 인정은 기업결합이 금지돼 회생이 불가한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보다 기업결합을 승인해 당해 회사의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것이 경쟁촉진 관점에서 더 낫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을 살펴보면 2019년 말 자본총액이 마이너스(-) 632억 원으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자본잠식 상태였다. 2019년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불매 운동 영향, 보잉 737-MAX 결함 사태에 따른 운항 중단 등으로 인해 7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말 유형 자산은 450억 원에 불과해 항공기 리스료, 공항 이용료, 항공유 구입비, 임금 등 2020년 3월 말 총 1152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채무액을 상환하기 어려운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또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선 및 국제선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며 인력 구조 조정도 진행 중에 있다. 단기간 내 영업을 정상화하고 채무 변제 능력을 회복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금융 기관 차입도 어렵고 모회사의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신주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렵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제주항공 외에는 인수 희망자가 없는 등 기업결합 이외에 경쟁 제한성이 더 적은 방안으로 이스타항공의 자산을 시장에서 활용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시장과 관련한 기업결합은 조속히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