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구조조정에 나서며 비핵심자산인 중앙대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16년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중앙대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더군다나 두산은 “팔 수 있는 것은 다 판다”는 입장에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어 중앙대 매각설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매각설에 대해 두산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인수 기업 찾기도 힘들다는데…
뿐만 아니라 두산은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두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1조 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구조조정 자구안을 제출했다. 중앙대 한 교수는 “학교 측에서도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매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인수 물망에 오른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비록 두산이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더라도 중앙대를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던 2008년과 현재 상황이 크게 달라진 탓에 마땅한 인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중앙대 인수에는 LG, 롯데 등도 인수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LG는 이미 연암전문대학을 소유하고 있는 데다 지속적으로 조직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어 학교 인수 가능성이 작다. 롯데 역시 2019년부터 일본 불매운동 여파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직격탄을 맞아 학교 인수 여유가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이 힘든 상황에서 수익성 없는 학교법인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인수 의사를 나타냈던 기업들도 중앙대 매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부채는 이미 2016년 696억 원으로 전국 사립대학 중 두 번째로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교정. 사진=박은숙 기자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변한 학교 상황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데 한몫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두산이 단물을 다 빼먹었는데 누가 학교를 사겠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대 한 재학생은 “지난 10년간 중앙대가 온갖 신축 건물을 지으며 일감을 두산건설에 몰아줘 학교에 돈이 없다는 이야기가 캠퍼스 내에 팽배하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2008년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자 학교 측은 “두산이 들어오면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이뤄질 것”이라며 “퓨처하우스 준공, 호텔식 기숙사, 경영경제관 신축으로 캠퍼스가 달라진다”라고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두산 인수 후 중앙대 측은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각종 건설사업을 펼쳐나갔다.
대표적인 게 100주년 기념관 설립이다. 지하 6층~지상 12층의 초대형 경영경제관을 짓기 위해 중앙대는 학생들이 이용하던 대운동장을 폐쇄하고 수년간 공사에 매진했다. 100주년기념관 건설에는 국내 단일 대학 건물로는 최고 금액인 1100억 원 상당이 든 것으로 전해진다. 또 중앙대는 경기도 광명역세권에 병원을 건설하고 기숙사와 R&D(연구·개발)센터 건설, 서울 흑석동 중앙대 병원 증축 등 각종 건설공사를 벌였다.
이들 공사는 대부분 수의계약 형식으로 두산건설이 맡았다. 중앙대-두산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계속됐고 교수협의회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중앙대학교의 박용현 이사장은 두산그룹 오너 일가인 데다 그 아들은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이다. 두산과 중앙대의 수의계약 금액은 2792억 원으로 현행법 위반 사항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2억 원이 넘는 규모의 공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일반 경쟁에 부쳐야 한다.
각종 건설사업을 하는 동안 학교 재정은 악화됐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학교법인의 전입금 중 건축비를 충당하는 부문은 자산전입금인데, 그 액수는 2016년, 2017년 각각 24억 원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학교법인이 학생들에게 떠넘겨 학교가 갚아야 할 건축 부채는 2015년 50억 원, 2016년에 44억 원이다. 또 2024년까지 학교가 갚아야 하는 건축 부채는 661억 원에 달한다.
#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대 부채는 이미 2016년 696억 원으로 전국 사립대학 중 두 번째로 높은 부채비율을 보였다. 2018년 고정부채는 43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학교가 건설사업에 나서며 노후 건물 보수를 위해 적립한 충당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을 추후 채우면 실제 부채는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대 안팎에서는 부채가 많으면 2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0여 년간 이어진 중앙대-두산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도 교육부나 수사기관 등은 2018년 이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교육계에 따르면 중앙대의 수상한 수의계약과 관련한 첩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는 2018년에야 실태조사에 나섰고, 전직 중앙대 총장 3명과 건설사업관리단장에게 경징계를 내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어 교육부는 검찰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수사를 의뢰했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2008~2016년 이뤄진 중앙대의 수의계약 건설사업 발주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또 중앙대 측은 전직 총장이나 건설사업관리단장에게 어떤 징계도 하지 않았으며 중앙대 구성원들에게 해명이나 소명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과 교수 등은 교육부의 징계나 검찰의 수사 혐의, 처분을 모르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의뢰까지 이뤄진 사안이라 심각성은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미 퇴직한 사람들을 징계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학교에서 발주한 사업이라 이에 대해 (우리 쪽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방효원 중앙대 교수협의회장은 “두산은 중앙대에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뽑아간 셈”이라며 “현재 두산은 학교에 기여할 여력이 없는 터여서 두산이 계속 학교를 운영하든 매각하든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