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프로야구리그가 4월 12일 개막하면서 올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열린 프로야구 리그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대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시작한 국가가 됐다. 지난 4월 12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홈팀 중신 브라더스와 원정팀 퉁이 라이언스의 공식 개막전과 함께 대만 프로야구의 2020시즌이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한국, 미국, 일본 등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나라의 야구팬들은 대만 야구팬들을 부러워했고, 대만 일간지 ‘타이완타임스’는 “우리의 프로야구가 개막한 덕분에 대만과 전 세계 팬들이 2020년 들어 첫 번째로 열린 ‘진짜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있었다”라는 소식을 전했다.
당초 CPBL은 하루 앞선 4월 11일 타오위안구장에서 중신 브라더스와 라쿠텐 몽키스의 개막전으로 시즌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비가 내리면서 개막일이 하루 밀렸고, 중신과 퉁이가 공식 개막전 매치업을 이루는 행운을 잡았다. 당시만 해도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KBO 리그조차 개막일을 확정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대만 프로야구가 ‘정규시즌 일정표’를 완성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 스포츠계에 아주 특별한 뉴스였다.
물론 대만 역시 불완전한 형태의 개막은 피할 수 없었다. 프로야구의 존재 이유인 관중 없이 리그를 시작해야 했다. 당초 경기당 150명까지 관중 입장을 허용할 계획이었지만, 대만 보건복지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한 뒤 “집단 감염 위험을 줄이고 팬들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무관중 경기를 권고했다.
이 때문에 개막전 관중석에는 취재진과 치어리더만 입장했고,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는 진짜 팬들 대신 북을 치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로봇 관중을 스탠드에 배치해 허전함을 달랬다. 또 대만 선수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체온을 측정한 뒤 야구장에 입장했고, 맨손으로 하는 하이파이브와 그라운드에서 침을 뱉는 행위, 씹는 담배 사용과 해바라기 씨 섭취도 모두 경기 중 금지 사항에 포함됐다.
예년과 가장 달랐던 점은 해외 언론의 폭발적 관심이다. 대만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외신 취재 신청과 보도가 쏟아졌다. AFP통신은 대만 리그 개막 이튿날 ‘대만이 스포츠 경기를 취소하는 세계적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대만은 중국과 인접해 있음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억제하고 있다.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하자 바로 여행 금지 조처를 내렸고 진단 검사, 접촉자 추적, 자가격리 등을 시행했다”며 “정부의 선제적 방역 조치 덕에 프로야구 개막이 가능했다. 무관중 경기긴 하지만 야구 외에 농구와 축구 리그도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CBS스포츠는 “대만 프로야구 개막식이 3월 14일에서 한 달가량 연기됐고 4월 11일 공식 개막전도 비로 취소됐지만, 우리는 4월 12일 마침내 의미 있는 경기를 보게 됐다”며 “중신과 퉁이의 경기를 전 세계 야구팬들이 환영했다”고 썼다. 또 개막전 홈런을 비롯한 경기 내용과 로봇 관중 소식을 전하면서 “CPBL의 창의적 발상은 많은 팬에게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로봇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러워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대만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요일을 선물했다”고 대만 프로야구 개막을 환영했다.
이 외에도 미국 ’탬파베이타임스‘는 “CPBL은 경기가 열린 날 야구장에 출입한 사람을 선수, 구단 관계자, 심판, 구장 관리 직원, 치어리더, 보도진 등 200명 정도로 제한하기로 했다”며 CPBL의 코로나19 관련 구장 관리 지침에 높은 점수를 줬고, 야구 불모지인 영국의 ’인사이드더게임즈‘는 “대만이 코로나19 확산을 잘 막으면서 야구 시스템을 가동했다”며 “대만 프로야구가 ’코로나19 시대에 프로 스포츠가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대만 프로야구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일주일 만에 급격히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대만 리그보다 한 수 위로 꼽히는 한국도 5월 초 프로야구 개막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만 매체 ’자유시보‘는 4월 20일 자에서 “한국 프로야구가 5월 초 개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대만 야구는 전처럼 세계적인 관심을 받긴 힘들다”며 “미국 ESPN이 KBO 리그 중계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야구가 계속 영어로 중계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제적인 선호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