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과거 1960~1970년대 냉전 시대 때는 그야말로 전 세계가 초긴장 상태로 전쟁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한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 미국 성인의 70%는 핵전쟁이 곧 임박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에 1960년대 중반까지 미 전역에는 대략 20만 개의 대피소가 지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니 당시 부동산 시장에서는 벙커와 대피소가 큰 인기를 끌었다. 어쩌면 장기간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벙커의 실내 장식에 공을 들이는 사람도 많았다. 벙커를 집처럼 아늑하게 꾸미거나 가능한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추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지라드 B. 제리 헨더슨이었다. 에이본 코스메틱, 걸프스트림 우주항공사 등 여러 회사를 통해 재산을 모은 기업가였던 헨더슨 역시 냉전 시대 당시 핵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가 벙커 전문 제조사인 ‘언더그라운드 월드 홈즈’를 설립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970년대 라스베이거스 지하에 호화로운 벙커를 지었던 그는 1980년대 초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지하 벙커에서 살았다. 지하 약 9m 깊이에 건설된 이 벙커에 들어가면 과연 이곳이 지하인지 의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실내 인테리어는 1970년대 초 교외에 있는 다른 평범한 집들과 똑같으며, 근사한 주방, 넓은 침실, 여섯 개의 욕실, 자쿠지, 수영장 그리고 댄스 플로어까지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곳은 정원이다. 정원에는 인조 나무와 바위가 있고 숲과 시골 풍경을 그린 벽화까지 있어 마치 야외에 나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정원의 조명은 낮과 밤에 따라 밝기가 조절돼 ‘24시간 하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밤이 되면 천장에는 별들이 반짝이기 때문에 마치 진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듯하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이 호화로운 지하 벙커의 가격은 현재 1800만 달러(약 220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출처 ‘보드판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