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선거인단 의혹이 불거진 천안시체육회 관련, 내부에서 관련 조사 요청 내용증명을 받지 못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요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먼저 지난 16일, 천안시체육회는 지난 4‧3 천안시체육회장 재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부정 의혹과 관련해 조사 요청 내용증명을 받았다. 앞서 지난 6일 같은 내용증명이 천안시체육회 선거관리위원회에도 제출됐으나, 선거관리위원회가 적용 규정을 오인해 각하하면서 이에 대한 조사를 천안시체육회에도 요청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자격 선거인과 관련한 증거 자료가 천안시체육회에 함께 제출됐다.
그런데 이 내용증명은 천안시체육회에 접수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확인 결과 내부적으로 문서 접수를 ‘거부’했고, 이후 현 회장인 한남교 천안시체육회장에게도 보고됐으나 그 역시 “그냥 놔두라”며 직원들에게 사안을 은폐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아직 정확한 사건 전말이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는 27일 정기총회를 개최해 새로운 임원과 대의원을 구성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반면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여긴 체육회 관계자가 회장의 지시와는 별도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4‧3 회장 선거 당시 투표에 참여한 선거인 상당수가 무자격 선거인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규정상 체육회에서 인증을 받은 대의원에게만 투표권이 부여되는데 실제 대의원 명단에 없는 이들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 이 같은 무자격 선거인은 11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천안시체육회 내부에서는 한 회장을 성토하는 글이 유포되기도 했다. “당선증을 반납하고 자진사퇴하라”는 제목의 이 글의 작성자는 한 회장에 대해 “(앞선 선거에서) 선거규정을 위반했다며 이의제기를 통해 A 후보를 끌어내렸다. 그렇다면 본인은 누구보다 선거 규정을 준수했어야 했다”며 “중대한 선거 규정을 수차례 위반한 한남교는 같은 이치라면 자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남교 회장은 2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내용증명을) 접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적인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해 접수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형식과 절차에 맞춰 회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6일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를 단순히 ‘법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로 접수조차 받지 않도록 지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김병국 전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회장 직무정지가처분과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무자격 선거인단으로 인한 당선 무효가 확정될 경우 천안시체육회는 사상 초유로 ‘세 번’의 회장선거를 진행하게 된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사건은 순수해야 될 천안 체육인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민선 체육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사태”라며 “이 같은 체육회의 사유화‧도구화 시도가 근절될 수 있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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