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방법원 박창희 판사는 21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으로 셀레브 전 직원 김 아무개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는 2018년 4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 전 대표가 사내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유흥업소에 데려가는 등 갑질로 고통 받았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는 관련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시 김 씨는 셀레브 재직 당시 하루 14시간 근무해야 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했으며 사무실에는 매일같이 임 전 대표의 고성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하루는 회의실에서 “나 미친개인 거 몰라?”라며 김 씨에게 종이를 던지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음주를 강요하는 사내 회식 문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회식날은 대표 빼고 모두가 두려워하는 시간이었다.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으로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해 옆에 앉혀야 했다”며 임 전 대표가 음주를 강권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도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튿날인 2018년 4월 20일 임 전 대표는 공개 사과문과 함께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임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고성을 지르고, 온갖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며 직원들을 괴롭혀 왔다. 회식을 강요하고, 욕설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것도 사실“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인정했다. 사과문 공개에 앞서 김 씨에게 개인적으로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퇴 3주 만에 김 씨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70조 2항, 형법 309조 2항)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당시 고소장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야근 및 장시간 근무 강요 △욕설과 폭언 등 부당한 대우 △소주 3병 이상의 음주 강요 △직원을 룸살롱에 데려가 여성접객원 선택 강요 △김 씨의 강제 퇴사처리 및 실적부진에 따른 감봉 협박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동안 진행된 소송 끝에 재판부는 임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 전 대표가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한 항목들 가운데 △소주 3병 이상의 음주 강요 △직원을 룸살롱에 데려가 여성접객원 선택 강요 등 두 가지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임 전 대표가 직원들과 회식을 할 당시 속칭 파도타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벌주를 마시게 하는 등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음주방식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현직 직원들의 진술을 따르면 김 씨가 적시한 바와 같이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고 볼 정도로 음주를 강요하는 회식을 하였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직원들을 룸살롱에 데려갔다고 적시한 것에 대해서는 ‘룸살롱이 아니라 가라오케 주점’이라는 점에서 허위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임 전 대표)가 직원들과 가라오케 주점을 찾아가 도우미를 동석하게 한 적은 있으나 속칭 ‘룸살롱’에 데려가 여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유흥접객원을 선택하여 동석하도록 한 사실은 없다”며 김 씨의 주장이 허위라고 봤다. 유흥업소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술자리에 김 씨가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라 후에 동료 직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적시했다는 점도 공익 제보로 인정받는 데 걸림돌이 됐다.
현행법상 룸살롱과 가라오케는 여성접객원의 상주 유무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룸살롱은 1종유흥업소로 여성접객원 고용이 가능한 반면 2종 업종인 가라오케는 여성접객원을 두거나 소개소에서 접객원을 이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는 현행법과 다소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강남의 한 유흥업소 종사자는 24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불법이긴 한데 대부분의 가라오케 주점에도 아가씨(여성접객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아가씨의 유무로 룸살롱과 가라오케를 구분하지는 않는다. 보통 주대(술값)와 손님의 연령대로 차이를 두는데 룸살롱이 고액으로 중년 손님 위주라면 후자는 저렴한 술을 찾는 청년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소송을 준비하면서 비로소 가라오케, 룸살롱, 텐프로, 텐카페 등의 유흥업소 종류와 차이점을 자세히 알게 됐다. 여성접객원이 동석한 술자리였는데 해당 술집이 룸살롱인지 가라오케인지 구분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묻는 한편 “공익 제보의 차원으로 알린 것인데 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송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매우 지친 상태”라고도 말했다.
한편 먼저 개시된 5000만 원 상당의 민사소송은 형사소송 진행으로 현재 멈춰진 상태다. 임 전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아직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라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2016년에 설립된 영상 제작 콘텐츠 업체 셀레브는 유명인의 인터뷰를 단순한 내용 구성과 커다란 자막 등으로 참신하게 편집해 설립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작 콘텐츠 내용은 주로 꿈, 열정, 도전 등으로 주 소비층은 10‧20대 청년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