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초반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야기가 다소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뜻밖의 부정 이슈까지 잇따르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시청률 반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 시간이 하필 강력한 화력을 내뿜는 김희애 주연의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일정 부분 겹치는 탓에 시청률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가 기대 이하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초반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야기가 다소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과 함께 뜻밖의 부정 이슈까지 잇따르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더 킹’ 제작발표회 당시 모습. 사진=SBS 제공
#‘왜색’ 논란에 “제작진의 명백한 실수” 사과
김은숙 작가는 ‘시청률 제조기’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방송가 파워맨이다. 16년 동안 11편의 드라마를 집필하면서 수립한 화려한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2004년 박신양·김정은 주연의 ‘파리의 연인’으로 57.6%(닐슨코리아·이하 동일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해 신드롬을 만든 그는 이듬해 ‘프라하의 연인’(31%)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2010년 ‘시크릿 가든’(35.2%) 등으로 성공을 이어갔다. 2016년 ‘태양의 후예’는 38.8%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 아시아에 강력한 한류 열풍을 다시 지폈다. 케이블채널로 무대를 옮기고도 2017년 tvN ‘도깨비’(20.5%), 2018년 tvN ‘미스터 션샤인’(18.1%)을 통해 승승장구했다. 막강한 팬덤을 가진 김은숙 작가의 컴백에 방송가는 물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민호와 김고은을 내세운 ‘더 킹’도 마찬가지다. 황제가 존재하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두 개의 세계가 평행을 이루고 있다는 설정의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가 설계한 새로운 판타지 로맨스로 기대를 모았다. 방송을 앞두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까지 요동칠 정도였다. 그렇게 출발한 ‘더 킹’은 뜻밖에도 방송 시작 직전부터 부정적인 이슈에 휘말렸다. 출연을 논의하던 한 연기자가 제작진으로부터 갑작스럽게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갑질 피해’를 주장한 것이 시작이다. 드라마나 영화가 제작 과정에서 배우의 캐스팅과 번복, 출연 변경 등은 빈번한 일인 만큼 해당 연기자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크고 작은 잡음은 계속됐다. 이번엔 출연진 중 한 명인 정은채가 과거 기혼 상태인 가수와 교제했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연예인 개인의 문제였지만 대중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잡음은 증폭됐고, 이는 고스란히 정은채가 출연 중인 ‘더 킹’으로도 향했다.
여기서 끝날 줄로만 알았던 논란은 정작 방송이 시작되고 더 크게 불거졌다. 다름 아닌 ‘왜색’ 논란이다.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영상에 등장하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목조 건물 등과 특정 이미지가 일본의 건축 양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시청자들은 첫 방송 직후 목조 건물이나 황실을 상징하는 꽃문양이 일본 왕실의 것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잇달아 내놨다. 창작물에 대한 해석의 차이, 표현의 자유 영역으로 치부하기엔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다. 대중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왜색 이슈인 탓에 제작진은 결국 1, 2부가 방송되고 난 뒤 시청자의 의견을 수용해 사과했다.
‘더 킹’ 제작사 화앤담픽쳐스는 “2층 목조건물의 경우 우리나라 사찰과 중국 궁이 가진 특징을 베이스로, 가상의 목조건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적인 부분이 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제국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지 못한 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고 사과했다. 제작사는 드라마 타이틀 디자인을 수정하고, 이미 방송된 드라마 분량에 나오는 해당 영상도 교체해 VOD 서비스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상속자들’과 ‘도깨비’를 통해 김은숙 작가와 각각 호흡을 맞췄던 이민호와 김고은이 이번 드라마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는데도 비슷한 연기 스타일을 반복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제공=SBS
#방송 2주째에 하락한 시청률…반등 기회 절실
‘더 킹’의 바탕은 로맨스다.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악마에 맞서는 대한제국 황제(이민호 분)와 대한민국 형사(김고은 분)의 공조를 그리고 있다. 공유·김고은 주연의 ‘도깨비’를 통해 불멸의 존재를 다뤘고, 이병헌·김태리의 ‘미스터 션샤인’으로 독립운동을 그린 김은숙 작가가 판타지의 세계에 더욱 깊이 들어가 설계한 야심작이다.
관심과 기대를 반영하듯 ‘더 킹’은 첫 방송에서 11.4%의 시청률로 출발했다.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이 연일 하향곡선을 그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기록이다. 2부는 소폭 상승한 11.6%를 나타냈지만 문제는 방송 2주째에 접어들면서 시작됐다. 4월 24일과 25일 방송의 시청률이 각각 9.0%, 9.7%를 기록,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물론 낙폭이 크지 않지만 일단 방송을 시작하면 줄곧 시청률 수직 상승을 유지해온 김은숙 작가의 파워를 감안할 때 ‘의외’라는 반응이다.
원인을 찾는 의견은 분분하다. 방송 초반 공개된 이야기나 설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해 몰입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또한 앞서 ‘상속자들’과 ‘도깨비’를 통해 김은숙 작가와 각각 호흡을 맞췄던 이민호와 김고은이 이번 드라마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았는데도 비슷한 연기 스타일을 반복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투톱 주연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증폭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 평행세계에 대한 설명이 불가피했던 초반을 지나 드라마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감성을 파고드는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대한 기대 역시 여전히 견고하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