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됐다며 전기이륜차를 싼 가격에 지급하겠다는 허위 과장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사진=A 업체 홈페이지 캡처
“운송료, 보험료를 포함해 자기부담금 20만 원만 내면 230만 원 상당의 전기이륜차를 무료로 지급합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전기이륜차를 제조하는 A 업체가 낸 광고다. 이 업체는 자신들이 만드는 전기이륜차가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됐다며 선착순 300명에겐 국고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49만 원도 자사가 부담해 무료로 전기이륜차를 보급하겠다고 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A 업체는 ‘저공해차 구매보조금 지원’ 대상에 선정된 업체가 아니었다. 보조금 지원 업체에 선정되기 위해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이륜차 시험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마지막 결정권을 가진 환경부에선 아직 검토조차 되지 않은 업체였다. A 업체의 광고는 허위·과장인 셈이다.
A 업체 관계자는 “현재 한국환경공단의 용역을 받은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의 시험을 통과했다. 환경부에 서류가 넘어가기 직전이다. 5월 초에 보조금 지급 대상 목록에 올라갈 것”이라며 “보조금을 계산해 보니 200만 원 정도 될 것 같다. 제품을 알리기 위해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무료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공해차 구매보조금 지원 대상이 되기 위해선 한국환경공단의 전기이륜차 규격·운행 시험을 거쳐 적합 판정을 받으면 환경부 최종 검토 끝에 보조금 액수가 책정된다. 환경부와 각 지자체가 일정 비율을 분담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현재 총 23개사 35개 모델이 경형·소형·대형·기타형에 따라 대당 최소 156만 원에서 최대 33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A 업체가 시험 중인 건 맞다. 하지만 환경부에 넘어가기 전에 마지막 검토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며 “전기이륜차 제조업체 사장님들이 보조금 대상 업체로 선정되기 전에 이미 선정된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민원이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정된 업체보다 상당히 많은 업체가 보조금 대상 업체로 신청한다.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지난해엔 시험 통과 비율이 30% 정도 됐고, 올해는 50%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 여부를 알기 어려운 시점에서 사전예약을 하면, 가계약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사진=B 업체 홈페이지 캡처
A 업체와 같이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이륜차 제조·판매 업체가 사전예약을 받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B 업체는 올해 1월 자사 전기이륜차 제품이 오는 3월 초에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될 것이라며 사전예약 광고를 했지만 여전히 선정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다른 C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B 업체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에 서류가 넘어간 상태다. 환경부에서 서류 작업에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5월 초에는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4월 27일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한국환경공단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서 환경부에 넘어와 검토 중인 업체는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계약으로 돈을 받은 업체가 저공해차 구매보조금 지원 대상 업체로 선정되지 않으면 일명 ‘먹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앞서의 A 업체 관계자에게 전기이륜차 무료 지급과 관련해 문의를 하자 자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신청을 한 뒤 20만 원 자기부담금을 선입금하라고 요구했다.
A 업체 관계자는 “20만 원을 선입금하는 선착순 300명에게 이벤트성으로 무료로 지급한다. 문제가 있다면 20만 원을 언제든 환급해드린다”고 답했다. 기자 신분을 밝히자 A 업체 관계자는 “다들 그렇게 한다. 시험 신청을 하지 않은 업체도 7~8개월 전부터 사전예약 광고를 한다.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받은 돈은 환급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허위·과장 광고에 손쓰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 관계자는 “전기이륜차 허위·과장 광고 관련 민원이 계속 들어오긴 하지만 광고한 내용만 가지곤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A 업체의 경우 보조금 지원을 받지 못하면 A 업체가 책임을 질 것이지만 소비자도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원 사업에 126억 5000만 원을 배정했다. 1만 1000대 기준 한 대당 보조금 평균 115만 원을 적용해 계산한 값이다. 2020년 3월 21일까지 323대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자체 보조금까지 추가돼 최종 보조금이 결정된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