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환치기) 혐의로 입건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결국 경찰은 상습도박은 기소 의견, 환치기는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월 27일 협박 등의 혐의로 수사를 진행해온 양현석 전 대표의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2019년 6월 공익제보자 A 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A 씨는 2016년 4월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B.I, 본명 김한빈)가 환각제인 LSD를 대량 구입해 줄 것을 요구해 아이콘의 숙소 앞에서 자신이 구매한 LSD를 비아이 측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넉 달 뒤인 2016년 8월에 A 씨에게 마약을 건넨 공급책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A 씨도 경찰에 체포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A 씨는 비아이의 LSD 구매 사실을 진술하면서 관련 내사가 시작됐지만 일주일 뒤 A 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경찰의 비아이 관련 내사도 중단됐다.
A 씨가 공익제보한 내용은 당시 진술을 뒤집은 까닭이 YG의 외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양현석 전 대표가 A 씨를 YG 사옥으로 불러 진술 번복을 요구했다는 것. “꿈이 가수라며? 너는 연예계에 있을 애인데, 내가 너 망하게 하는 거 진짜 쉽다”는 협박과 “변호사를 붙여주겠다”는 회유로 인해 결국 진술을 번복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양 전 대표는 A 씨를 만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협박이나 회유를 하진 않았다며 관련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 2019년 11월부터 정식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A 씨 진술, 관련자 진술, A 씨가 YG 사옥에서 양 전 대표를 만났을 당시 찍었다는 사진의 포렌식 결과 등의 간접증거들을 바탕으로 ‘기소 의견’으로 사건 송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표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승리가 연루된 버닝썬 게이트와 함께 시작됐다. 그렇지만 버닝썬과 연루된 별다른 정황은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성매매 알선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가 된 것은 2014년 7월과 9월 서울의 한 고급식당에서 있었던 외국인 재력가 B 씨와의 만남이었다. 양 전 대표는 이 자리에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해 사실상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게다가 B 씨는 그 해 10월 유흥업소 여성 10명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이 부분 역시 성매매 알선 의혹에 포함됐다.
2019년 5월 이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는데 경찰은 9월 20일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경찰은 2014년 당시 금융 거래 내용, 통신 내역, B 씨와의 자리에 동석한 여성 등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성매매 또는 성매매 알선이 인정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유현정 부장검사)는 11월 25일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이로써 양 전 대표는 적어도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혐의에선 자유로워졌다. 함께 언론에서 자주 거론됐던 유흥업계 종사자 ‘정마담’, 외국인 재력가 B 씨 등도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양현석 전 대표와 함께 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환치기) 혐의로 입건된 승리에 대해 검찰은 두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며 기소했다. 환치기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불기소 의견이었던 양 전 대표 역시 승리처럼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최준필 기자
또 다른 혐의는 버닝썬 게이트의 승리와 함께 연루된 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환치기) 혐의다. 이 부분에 대한 경찰 수사는 2019년 10월에 마무리됐다. 8월부터 수사를 진행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9년 10월 31일 양 전 대표와 승리 모두 상습도박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환치기)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현석 전 대표와 승리는 수년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원정도박을 했다고 봤다. 경찰은 이들이 도박을 해온 기간과 금액 등을 놓고 볼 때 상습도박이라는 결론을 내려 기소의견 사건 송치를 결정했다. 다만 해외에서 현지 통화를 빌리고 국내에서 원화로 갚는 이른바 ‘환치기’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다.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올해 1월 30일 우선 승리를 기소했다. 승리 역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대만과 일본, 홍콩인 일행 등을 상대로 수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를 받았는데 검찰은 이 부분의 혐의가 입증된다며 기소했다. 승리는 본인이 직접 성매수를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와 함께 상습도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모두 인정돼 기소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선 환치기 의혹은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미국에서 도박 자금으로 현지 통화(달러)를 빌리는 과정에서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했다.
양현석 전 대표에 대해서는 관할권이 있는 서울서부지검으로 사건이 이송돼 현재 추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서울중앙지검이 승리의 환치기 혐의를 인정해 기소한 만큼 양 전 대표의 환치기 혐의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양 전 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협박, 범인도피 교사, 상습도박 혐의는 기소의견, 외국환거래법 위반(환치기)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종결돼 현재 검찰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반면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혐의는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가 나와 종결됐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