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복귀작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김태희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성숙한 차유리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대한민국 대표 미인’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성숙해진 주연 배우로 자리 잡은 김태희(40)는 최근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끝내고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꾸고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놔두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어야 했던 엄마. ‘그 엄마가 살아 돌아온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그의 말대로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결말을 두고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정작 배우 본인의 말에서는 행복함이 묻어났다.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마치 입관체험을 한 것처럼,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작품이라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하이바이, 마마!’에서 김태희는 서른셋이란 젊은 나이에 만삭의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뱃속 아이만 살리고 사망, 5년간 가족들의 곁에서 유령으로 맴돌다 갑작스레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 ‘차유리’ 역을 맡았다. 애교 넘치는 대사를 칠 때는 한없이 사랑스럽다가도, 심금을 울리는 모녀 신에서는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줬다.
두 딸을 둔 ‘엄마’ 김태희는 이 같은 경험이 이번 작품에 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tvN 제공
“모성애와 가족,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그리고 유리의 밝고, 단순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죠. 사전에 감독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서 유리의 톤을 잡았어요. 그래서 유리의 감정선만 따라가며 연기했고, 그 흐름이 제가 진짜 유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모성애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김태희의 이야기다. 5년 동안 그는 비(정지훈)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고, 배우 김태희가 아닌 엄마이자 아내로서 온전하고 충실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결혼하고, 출산하고, 육아하고, 또 둘째를 출산하니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지나가더라고요.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게 제 개인적으로 오랜 꿈이었고, 그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시간들이었어요. 그동안 친구와 약속도 거의 잡지 않고 나 자신을 위한 여유도 포기한 채 거의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잊고 지내던 연기가 조금씩 그리워질 때쯤 ‘하이바이, 마마!’라는 좋은 작품을 만났죠.”
극중 연기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김태희는 ‘모성애와 가족,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라고 대답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아이를 둔 어머니가 됐다는 게 (연기에) 도움이 됐다는 말로는 부족하죠. 저 개인으로 말하자면 이전에는 모성애라는 걸 알지 못했으니까요. 2부 엔딩에서 유리가 서우(딸)의 그네를 밀어주다가 서우가 떨어져서 손을 살짝 다치고 울먹이는 걸 본 순간 ‘엄마가 미안해’라고 소리치며 우는 장면이 있어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다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모성애가 부각된 작품이다 보니 김태희의 중점은 대부분 유리와 서우에 꽂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유리만 바라봤던 남편 ‘강화’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었다. 김태희가 꼽은 명장면에 강화와 신이 들어간다는 것은, 강화 역시 유리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제 입장에서는 1부 엔딩에서 유리가 사람이 돼 강화가 알아보며 스치는 장면이 명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유리가 마지막으로 서우를 눈에 담고 떠나려는 순간, 강화가 나를 보고 놀라 눈을 떼지 못하는데 늘 내 몸을 통과하던 눈이 내 어깨에서 녹는 걸 보고 놀라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명대사는 너무 많아서 손에 꼽을 수가 없긴 한데, 에필로그 내레이션 중에 ‘어떤 고난 속에서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무언가를 먹을 수 있고, 사랑하는 이를 만질 수 있으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사실,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는 죽고 나서야 알았다’는 대사. 앞으로도 내가 힘든 순간이 오면 이 대사를 기억하며 힘을 낼 것 같아요.”
‘하이바이, 마마!’ 종영 후 김태희는 당분간 다시 엄마의 삶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제공
김태희에게 ‘하이바이, 마마!’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을까. 팬들에게는 다소 상처로 남을 수 있는 중후반부의 전개와 그 결말 속에서도 김태희는 밝은 면을 찾아냈다. 어쨌든 이 작품은 5년 만에 김태희를 다시 한 번 보게 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한 셈이었다.
“저에게는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걸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죠. 또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만난 작품이라 모성애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우리는 김태희를 계속 볼 수 있을까. 어머니와 일하는 사람,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낸다는 건 2020년이 돼서도 여전히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희에겐 이 같은 욕심을 버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팬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분간 가족들에게 잠시 맡겼던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개인의 삶을 충실하게, 또 성숙하게 살고 싶어요. 한편으론 또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좋은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게 기도하려고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