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려항공 여객기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당국은 1월 22일 국경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했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의 범국가적 조치였다. 이 조치로 북한 대외교류는 사실상 단절됐다. 당시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북한 하늘길이 열린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북한 고려항공의 ‘일회성 운항 재개’는 분명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항공기 운항이 이뤄진 시점(4월 23일)이 ‘중국 의료진이 북한으로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일요신문은 4월 23일 ‘[단독] 김정은 치료 위해 중국 의료진 북한 급파? 확산되는 설설’ 기사를 통해 중국 베이징 의료진의 북한 급파설을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 의료진이 북한으로 넘어간 시점은 4월 20일에서 22일 사이로 추정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고려항공 여객기 JS252편의 4월 23일 운항일정. 4월 23일 14시 베이징서우두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이 항공편은 17시 평양공항에 도착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전히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루 동안 반짝하고 열렸던 북한의 하늘길이 ‘중국 의료진 북한 급파설’의 실마리를 풀 중요한 단서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 거주하는 한 북한 소식통은 북한 하늘길을 오간 항공기가 고려항공 소속인 점에 주목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항공사인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누군가가 북한으로 들어갔다면, 이는 북한의 필요에 의해서 초빙된 인사일 것”이라면서 “국경을 전면 봉쇄한 북한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답은 간단하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결국 최고지도자(김정은) 관련 사항이거나, 북한 내부에 코로나19 관련 시급한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이 하늘길을 통해 북한을 드나들지 않았을까 추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한시가 급하게 중국으로부터 누군가를 불러들여야 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건너가는 루트로는 육로, 해로, 항공로 세 가지가 있다”면서 “국경에 폐쇄된 상황에서 누군가를 불러들여야 했다면, 가장 합리적인 루트는 육로다. 누군가를 비밀리에 북한 심장부로 불러들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북한은 가장 빠른 루트인 항공로를 통해 누군가를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상황이 시급하고 위중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마 이번 항공편을 통해 중국 의료진이 북한으로 들어간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을 빠져나올 땐 비밀리에 육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또 다른 북한 소식통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누군가를 불러들였다면,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알리바이를 유추하기 어렵도록 기만전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하늘길로 들어온 ‘누군가’가 북한을 빠져나갈 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 소식통은 “4월 22~23일 중국 의료진 북한 급파설이 중국 현지에서 돌던 때 김정은을 둘러싼 신변이상설 진위 여부가 밝혀질 분수령으로 꼽혔던 시점은 25~26일에 걸쳐 있던 주말”이라면서 “주말에 김정은이 얼굴을 드러냈다면, 신변이상설은 금세 종식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통은 “그런데 주말이 지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김정은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면서 “4월 21일 북한 노동신문이 김여정 표준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북한 전문가들이 후계작업 신호탄(관련기사 후계작업 신호탄? 사라진 김정은과 ‘김여정 표준상’의 비밀)이란 관측을 내놓는 이유 역시 김정은 신변이상설 진위가 여전히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