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연수을 정일영 당선자. 사진=박정훈 기자
―현역 의원 두 명을 꺾고 당선됐다.
“나는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구도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선거였다. 그렇지만 반드시 이겨야겠다,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선거운동이 시작하고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분위기가 점차 좋아졌다. 선거날이 가까워질수록 이기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선거운동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공식적인 선거운동 첫날 유세차 처음 타고 아내와 인사에 나섰다. 아내는 살림만 하던 사람이라 앞에 나서 마이크 잡고 말한 적도 없다. 그런데 사회자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지지호소를 했다. ‘정치하지 말라고 했는데 후보로 나섰다. 대신 마지막 약속을 했다. 좋은 정치해라 나쁜 정치할 것 같으면 내가 그만두게 시키겠다’고 말했다. 콧등이 찡해졌다. 가족들이 감내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또한 지난해 한 나이 드신 분을 만나 잠깐 인사하고 명함을 드렸는데, 다음 날 문자를 보내주셨다. ‘서민들을 위한 좋은 정치해주십시오’ 간단한 한 줄이었는데 그게 기억에 남는다.”
―연수구가 독립선거구로 분리된 15대 총선 이후 연수에서 24년 만에 민주당의 첫 승리다.
“설날 사거리에 나가 인사하며 선거운동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차가 섰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반드시 이겨야 한다. 너무 중요하다. 이번에 지면 같이 죽으러 가자’ 이러더라. 그만큼 주민들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고 본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유권자들의 변화를 원하는 시대적 흐름이었다고 본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에 대한 말이 끊임없이 나왔다.
“나는 처음부터 단일화 안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기기 위한 인위적인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주변에서는 단일화 없이 이길 수 있겠냐는 우려 많았다. 그래서인지 여론조사 기관에서 단일화 염두에 두고 후보 선호도 조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분석을 보니 내가 득표율 43% 안팎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그래서 자신도 있었다. 그 결과가 비슷하게 맞았다.”
―이정미 후보 측과 물밑에서 단일화 움직임 전혀 없었나.
“이정미 의원 측에서는 단일화를 좀 염두에 뒀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처음부터 견지하다보니 물밑에서도 제안을 주지도 받지도 않았다. 이정미 후보 측과 만남도 없었다.”
―1979년 행정고시를 통과한 이후 주로 교통부에서 일하다 최근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행정고시 합격하고 정부 고위직과 기관장을 하면서 평생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봉사했다기보다 큰 혜택을 받았더라. 기회를 받았고, 이를 통해 내가 성장하고 발전했다. 그렇게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좀 더 낮은 자세로 지역주민과 국민들에 돌려드려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에 정치하겠다고 하니까 다 말렸다. 앞서 말했듯 부인에게 좋은 정치하겠다 약속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이력 외에는 인천과 별다른 연고가 없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 결심한 이유가 있다면.
“인천공항공사 사장할 때 인천국제공항 사무실 책상에 앉아 고개만 살짝 돌리면 바다 건너 바로 송도가 보였다. 과거 국토부에 일할 당시에도 인천대교 건설하면서 송도에 자주 왔었다. 그런 인연으로 송도에 관심 많았다. 연수을, 특히 송도국제도시는 GTX-B 등 큰 교통현안이 많다. 국토부에서의 내 경험이 많이 필요로 하는 지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험지라고 해도 열심히 일해보고 싶어 연수을 지역구를 선택했다.”
―국회에 들어가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
“먼저 지역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원스톱 교육 특구 조성을 통해 교육 환경 문제 해결하려고 한다. 최근 교육감을 만났는데 송도국제도시에 학교를 지어야할 것 같더라. 신도시가 만들어질 때 학교가 주민 입주에 비해 늦게 지어지는 문제가 있다. 법안 등을 통해 신도시 주민 입주에 맞춰 학교도 문을 열 수 있도록 시점을 맞추는 방안을 만들고 싶다. 임대주택 등 서민 주거문제도 우선 해결할 것이다.”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연수을 정일영 당선자. 사진=박정훈 기자
“주변에서도 국토교통위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내 전문성에 맞으니까. 그곳을 1순위로 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국토교통 재원 확보할 수 있는 기획재정위도 보고 있다. 상황을 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로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코로나19가 진정돼도 경제회복이 문제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내에 끝난다면 SOC 투자는 줄일 필요 없다. 다만 한국은 수출주도로 성장하는 경제 구조다.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경제회복이 1년 이상 걸린다면 공항이나 대외 관련 인프라 투자는 2~3년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GTX-B 등 내수 SOC 사업은 예정대로 투자해야 한다. 국민들이 빨리 이용해야 하는 문제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사업 통해 내수경기를 살릴 수 있다. 경제가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최선 다해야 한다.”
―상대 후보였던 민경욱 의원이 ‘사전투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투표함 증거보전을 신청하고 재검표를 추진하고 있다.
“내가 가타부타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나를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문제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주민들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부정행위가 있겠냐’는 말을 하더라. 나 역시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