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업에 종사하는 여성 상당수가 경력단절을 경험했고,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신문] 코로나19 사태로 보건업 관련 종사자들이 강도 높은 노동환경에 처한 가운데, 부산에서 보건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근로환경에 대한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보건업은 고령화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인구사회적인 변화와 함께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보건업은 잠재적 성장요인이 큰 산업이며, 보건의료 인력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환경과 인력부족의 문제는 근로의 질과 보건의료 서비스 질을 낮추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보건업은 여성종사자 비율(76.7%)이 높은 업종으로 여성인력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하지만 장시간 근로와 감정노동, 유연근무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한계 등으로 보건업 여성종사자의 근로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게다가 현재 전 세계를 휩쓰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과연 보건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근로환경이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은 4월 29일 부산지역 병원과 의원에 종사하는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근로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간호조무사(26.0%), 간호사(24.5%), 요양보호사 및 간병인(4.7%) 등 간호 및 간호보조 직군에 55.2%에 달하는 많은 여성이 종사했다. 20대~40대의 연령이 65.7%를 차지해 저연령 여성종사자 비율이 높았다.
직장 근무기간은 ‘1~3년 미만(31.4%)’이 가장 높아 전반적으로 경력이 길지 않고, 경력단절을 경험한 경우도 40.7%로 나타났다. 여성근로자의 숙련도를 향상시키는 데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게다가 신체적·정신적 불안상태의 환자와 보호자를 직면하는 의료현장에서 심각한 감정노동 상태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업 여성근로자는 신체적 피로감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감마저 극대화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보건업 여성종사자들이 ‘내 일은 내 기분과 관계없이 고객을 위해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은 74.4%에 달했다. ‘최근 3년간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경험률’은 72.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감염병 예방을 위한 공적 의료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보건업 여성종사자의 경력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들을 대체할 인력의 부족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휴직·휴가 시 대체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19.6%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현장에 고숙련 여성인력의 경력유지를 위해서는 근무형태의 다양화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사결과는 말한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등 대비 공적 의료체계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건업 여성일자리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 수준의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전문성이 확보된 간호인력 보충과 간호 보조인력 양성은 지역차원의 과제”라며 “보건업 여성종사자의 경력유지, 감정치료를 위한 찾아가는 상담프로그램 운영, 직종별 맞춤형 대체인력지원 확대 등 근로환경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