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현 회장은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연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산은 회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인물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산은 수장은 그간 전직 관료들이 주로 맡아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이종현 기자
차기 산은 회장은 막강한 힘을 갖는 대신 무거운 책임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자칫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산은이 조달과 집행을 맡은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대출 형식을 넘어 출자까지 가능하다. 비록 의결권이 제한되는 우선주 형태가 유력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경영참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우선주의 경우 배당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 경영권 위협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다만 권한만큼이나 책임도 크다. 40조 원은 정부가 지급보증해 모집한다. 사실상 혈세다. 손실이 발생하면 상당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산은은 그동안 대우차, 쌍용차,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금호타이어 등의 구조조정을 이끌었지만, 제대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번에 기안기금이 감당해야 할 업종은 대부분 기간산업들이다. 산업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또 대부분 총수가 있는 대기업이어서 아시아나항공의 사례처럼 상당한 신경전도 불가피하다.
설령 청와대가 연임을 제안한다고 해도 이동걸 회장이 이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 회장은 이전에도 산은 회장 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장은 과거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통합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실제 대기업 지원은 대부분 산은과 수은이 함께 참가한다. 산은은 정부에 이어 수은의 2대주주다.
하지만 관료 사회가 반발하고, 정부도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이 회장의 연임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