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사진은 셀트리온 본사. 사진= 이종현 기자
#0.01%의 가능성에 거는 기대
4월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체 30곳이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신약개발은 후보물질 탐색부터 신약 승인까지 평균 10~15년이 걸린다. 성공 가능성은 평균 0.01%에 불과하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1상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도 판매 허가까지 받는 평균 성공률은 9.6%밖에 안 된다. 신약 개발까지 최대 수조 원의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된다. 시장성만을 보고 누구나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외는 물론 국내서도 코로나19 대유행(Pandemic·팬데믹)이 가져다준 기회를 잡기 위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업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스마젠, 지플러스생명과학, 제넥신, 신라젠, 7곳이다. 치료제 개발업체는 GC녹십자, 동화약품, 대웅제약, 젬백스, 유틸렉스, 앱클론, 엔지켐생명과학, 지노믹트리, 카이노스메드, 셀트리온, 테라젠이텍스, 이연제약, 안지오랩, 13곳이다. 기존에 출시한 의약품을 코로나19에 쓸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약물 재창출에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셀리버리, 노바셀테크놀로지, 이뮨메드, 코미팜, 일양약품, 부광약품, 영풍제약, SK케미칼, 바이오리더스, 10곳이 나서고 있다.
5월 1일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는 없다. 코로나19 치료제 중 제일 앞섰다고 평가받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의 ‘램데시비르’도 임상1상의 초기 단계다. 이 약이 효과가 있고 안전한지에 대한 답을 내놓기 아직 이르다는 뜻이다. 효과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4월 29일(현지시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중국 연구진은 전혀 다른 램데시비르 임상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개발에 나서기만 해도 주가 급등
하지만 일부 국내 제약업체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사실과 때 이른 성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제약업계 매출 2위와 5위를 차지한 GC녹십자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 모두 수장이 직접 나서 연내 개발 완료 및 임상시험 진입 등을 선언했다.
4월 2일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가 올해 하반기에는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개발을 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3월 12일과 같은 달 23일에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직접 유튜브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항체 후보군 300개 확보했고 7월 말 인체 투여와 함께 대량생산 물량도 확보해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4월 13일엔 300개 후보군 중 38개 항체에서 중화 능력을 확인하고 최종 항체 후보군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요동쳤다. GC녹십자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선다고 밝힌 지난 3월 9일 녹십자의 주가는 6.22% 상승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허은철 사장이 상용화 가능성 언급한 뒤인 4월 7일에는 장중 한때 19만 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3월 11일 17만 5000원에서 3월 31일 22만 9000원으로 상승했다. 셀트리온제약 주가 역시 3월 11일 3만 9550원에서 3월 31일 7만 9900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서정진 회장 보유 주식 평가액은 1월 20일 2조 7375억 원에서 4월 9일 4조 1396억 원으로 1조 4021억 원이나 불어났다. 이 때문에 ‘주가 부양용’ 발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제약사는 개발 과정의 특성과 공익성 때문에 발표한 것이지, 주가 부양 목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자사는 코로나19와 기전이 비슷한 파상풍, B형 간염 등을 치료제로 상용화한 적이 있다. 이미 상용화된 동일 제제 제품들과 작용 기전 및 생산 방법이 같아서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 달리 개발 과정이 간소화될 수 있다“며 “정부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및 임상평가‘ 연구용역 입찰에도 단독 응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상업적 가치보다 공익적 가치에 우선해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뤄내야만 하는 당연한 책무”라며 “전세계 국민들에게도 사태 해결에 대한 희망을 전하기 위해 주요 진척사항이 있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투명하게 그 결과를 전세계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4월 13일 투자자들에게 공익을 우선한 사업이기에 코로나19 기대 성과에 대한 투자보다는 기존 제품의 내재가치를 참고해 투자를 결정해달라고 게시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맨 꼴
후보물질 발견이나 임상1상 통과, 그 자체로 신약개발 성공이나 기술이전 등을 통한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2018년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시점을 신약은 ‘임상시험 3상 개시 승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임상 1상 개시 승인’으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약업계는 약의 효능을 알아보는 임상2상부터 신약개발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임상1상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단계로 환자가 아닌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성공률은 60%대로 임상2상의 성공률보다 2배 이상 높다. 신약개발은 △신약후보물질 탐색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 △임상시험 허가신청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 △시판, 시판 후 안전성 조사 등을 거친다.
이와 관련,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나서거나 항체 후보군을 찾았다고 회장이 나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것을 보면 마치 신약개발에 성공한 것처럼 비친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 주가를 올리려는 수단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사기 쉽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계통인 2005년 사스, 2015년 메르스 등의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며 “특히 후보군을 찾거나 임상1상을 통과해도 RNA 바이러스는 변이로 인한 변종 가능성이 높아 개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개발에 성공해도 코로나19 상황이 그때까지 이어져서 수익을 낼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