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평안남도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자신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복귀 무대로 낙점한 순천인비료공장은 평양으로부터 40km 정도 떨어진 평안남도 순천에 위치해 있다. 김 위원장은 1월 7일에도 순천인비료공장 건설현장을 직접 찾은 바 있다. 이를 두고 북한 최고 지도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핵심 사업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그리고 북한 최대 명절 노동절, 이곳에 김 위원장이 나타났다.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엔 김 위원장이 시종일관 함박웃음을 지으며 준공식에 참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이 두 발로 선 채 준공 테이프를 자르는 사진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를 둘러싼 ‘신변이상설’은 사실상 불식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이 태양절엔 결석했지만, 노동절엔 얼굴을 드러냈다”면서 “노동절까지 얼굴을 비치지 않으면 국제 사회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 신변을 둘러싼 루머가 더욱 증폭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장 급한 불은 껐다”면서 “등장 자체로 자신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긴 했지만, 얼굴을 내놓고 두 발로 서 있는 것을 빼고는 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증명한 내용은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잠적했던 20여 일 동안 머물렀던 장소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간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 관계자 발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원산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5월 1일까지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등 외신은 “김 위원장 전용 열차가 원산에서 움직임이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국내외 언론은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과 관련 “김 위원장이 평양 인근에서 심혈관계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려 나타난 곳은 평양 인근지역인 순천이었다. 원산에 체류하고 있거나, 심혈관계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예측됐던 김 위원장은 두 추측을 모두 비웃듯 평양 인근에서 환한 웃음을 머금고 나타났다.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서 준공 테이프를 자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중국 현지에선 ‘중국 의료진 북한 급파설’이 돈 뒤부터 김 위원장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일요신문은 두 차례에 걸쳐 중국 대외연락부 송타오 부주임을 비롯해 베이징 소재 ‘푸와이 심혈관의원’ 의료진이 북한으로 급파됐다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단독] 김정은 치료 위해 중국 의료진 북한 급파? 확산되는 ‘설설’, 도대체 어디서 뭘 하기에…‘건강 이상설’ 김정은 행방은?, [단독] 급히 누굴 불러들였나…닫혔던 북한 하늘길 원포인트 개방)
4월 30일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 소식통은 “중국 의료진이 북한으로 급파된 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조만간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나 북한에서 중국 의료진 방문을 부정하는 공식 입장이나 보도는 아직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이 등장했지만, 아직 북한 공식 채널을 통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상태 관련 언급이 없었다”면서 “이번에 등장한 김정은의 모습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언론 보도가 많은데, 사진을 보면 김정은 얼굴이 예전보다 조금 붓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문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에서 발견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공개 활동이 보도된 뒤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 등장 소식과 관련해 “아직 그(김정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면서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그에 관해 이야기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관련해 언급할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옆 자리에 앉은 ‘백두혈통 오누이’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 복귀 무대엔 ‘백두혈통 후계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등장했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며 다시 한번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특히 이번 준공식 행사엔 북한의 공식 서열 2위로 꼽히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불참했다. 그 가운데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앉아 자신이 북한 정치권 실질적 2인자임을 암시했다.
4월 21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여정의 표준상을 공개했다. 표준상이란 지도자급 정치인들의 증명사진을 일컫는 사회주의 국가식 표현이다. 당시 일요신문은 복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여정 표준상 공개가 북한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후계작업 신호탄? 사라진 김정은과 ‘김여정 표준상’의 비밀).
표준상이 공개된 김여정은 김정은 컴백 무대에서 한 단계 올라선 정치적 위상을 선보였다. 김 부부장은 자신보다 당내 공식 서열이 높은 김덕훈 조선노동당 부위원장보다도 상석에 앉았다. 대외적으로 높아진 정치적 위상을 과시한 김 부부장은 앞으로도 지근거리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하며 북한 내 정치적 2인자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