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인피니트 출신 배우 김명수(엘)와 신예은이 남녀 주인공으로 참여한 KBS 2TV 수목극 ‘어서와’는 4월 30일 방송된 마지막 회 시청률은 0.8%와 1.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사진=‘어서와’ 메이킹 영상 캡처
#0%대 주중 미니시리즈, 구겨진 자존심
보이그룹 인피니트 출신 배우 김명수(엘)와 신예은이 남녀주인공으로 참여한 KBS 2TV 수목극 ‘어서와’는 4월 16일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각각 시청률 0.9%, 1.1%를 기록했다. 지상파 주중 미니시리즈가 0%대 시청률에 머문 건 최초다. 이전까지 최저 기록은 KBS 2TV 수목극 ‘맨홀-이상의 나라의 필’, 월화극 ‘러블리 호러블리’가 각각 마크한 1.4%, 1.0%였다.
게다가 4월 30일 방송된 ‘어서와’ 마지막 회 시청률은 0.8%와 1.0%로 또 다시 최저 시청률을 경신했다. 통상적으로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결말에 이르는 마지막 회는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되지만, ‘어서와’는 정반대였다. 이는 지상파 드라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지상파 3사와 tvN, JTBC의 최근 주중 미니시리즈 시청률 총합을 살펴보면, 4월 27일 기준으로 월화극의 경우 SBS ‘굿 캐스팅’(12.3%), MBC ‘365:운명을 거스르는 1년’(3.9%), KBS 2TV ‘본 어게인’(3.5%),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2.7%), tvN ‘반의반’(1.1%) 순이다. 시청률 총합은 23.5%이고, 평균 4.7% 정도다. 수목극 역시 4월 29일 기준으로 MBC ‘그 남자의 기억법’이 3.9%, KBS 2TV ‘어서와’가 1.4%에 그쳤다.
반면 주말극은 어떨까? 5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JTBC ‘부부의 세계’는 24.3%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제외한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중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KBS 2TV ‘한번 다녀왔습니다’는 28.2%까지 치솟았고, SBS ‘더킹-영원의 군주’도 10.3%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했다. 세 드라마의 시청률을 합치면 무려 62.8%, 평균은 20.9%다.
단순히 시청률만 높은 것이 아니다. 화제성도 남다르다. ‘부부의 세계’는 대한민국 사회에 ‘불륜’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부부의 세계’가 대화의 소재가 되곤 한다. ‘도깨비’와 ‘태양의 후예’ 등으로 유명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인 ‘더킹-영원의 군주’ 역시 이슈를 몰고 다니고 있다. 한류스타 이민호의 컴백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김 작가의 기존 작품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고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까지 불거지며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으로 읽힐 수 있다.
최근 ‘반의반’의 시청률이 1%대를 전전하며 조기 종영을 결정했던 tvN도 주말극을 통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배우 유지태·이보영이 출연하는 ‘화양연화’는 1회 시청률 5.4%를 기록하며 호평 받았다. tvN 관계자는 “주말 드라마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발맞춰 각 방송사와 제작사들도 주말에 이슈몰이가 될 드라마를 편성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5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JTBC ‘부부의 세계’는 24.3%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제외한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중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사진=JTBC ‘부부의 세계’ 홈페이지
#왜 주말극이 대세가 됐나
통속적인 가족이야기를 다루는 주말드라마로 일관하던 주말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tvN이다. tvN은 2013년 유명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4’를 ‘금토 미니시리즈’로 편성하며 주말 전쟁에 불을 댕겼다. 당초 드라마는 월화, 수목, 토일극으로 나뉘었으나 tvN은 금토극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그 이유는 tvN이 후발주자이기 때문이다. 기존 지상파 주말극이 워낙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던 터라 하루 먼저인 금요일에 방송을 시작해 지상파에 머물던 시청자들을 뺏어오자는 전략이었다. 이 시도는 주효했다. 이후 ‘미생’, ‘응답하라 1988’ 등이 소위 ‘대박’을 터뜨렸고, 결국 2017년에는 ‘도깨비’가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20% 고지를 넘어섰다. 자신감을 얻은 tvN은 2017년 6월부터 금토극을 토일극으로 변화를 주며 지상파와 전면전을 시작했다.
지상파 중에서는 SBS가 주말극에 가장 힘을 주는 모양새다. SBS는 지난해 2월 첫 금토극인 ‘열혈사제’를 방송하며 주말 편성에 변화를 줬다. 배우 김남길, 이하늬 등 스타들이 출연한 ‘열혈사제’는 최고 시청률 22%를 기록했고, 이후 지성의 ‘의사 요한’, 김혜수·주지훈의 ‘하이에나’에 이어 이민호의 ‘더킹-영원의 군주’ 등 가장 강력한 카드를 이 자리에 넣고 있다.
JTBC 역시 주말극이 가장 강하다. ‘부부의 세계’의 전작인 ‘이태원 클라쓰’는 배우 박서준이 주연을 맡은 기대작이었고, ‘부부의 세계’ 전까지 JTBC 최고 시청률을 보유하고 있던 ‘SKY캐슬’ 역시 주말극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주중 미니시리즈’라는 공식도 깨졌다. 한류를 등에 업은 유명 배우들이 잇따라 주말극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주말극에 더 많은 시청층이 확보돼 시청률을 비롯해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주말극들의 광고료 역시 크게 상승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주중 미니시리즈를 가장 선호하던 광고주들도 스타들이 주말로 몰리며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며 “각 방송사들도 전략적으로 주말 밤 시간에 킬러 콘텐츠를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주말극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