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미뤄진 전국 학교가 다시 학생들을 맞는다. 5월 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 학교의 등교 시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공식 등교 시기는 고3이 13일, 고2와 중3, 그리고 초1∼2학년과 유치원생은 20일, 고1과 중2, 초3~4학년은 27일이다. 영유아가 많은 어린이집 등교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학사운영 방법은 감염 현황과 인구밀집도가 지역마다 상이한 점을 고려해 각 지자체 및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4월 2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소재 학교이 급식실을 찾아 아크릴판 설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장에서는 이미 4월 말부터 등교 이후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관련 지침을 5월 2일 완성한 학교도 있었다. 등교 이후에 상황에 대한 교육부의 공식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지자 각 학교에서 기존 방역 지침을 기반으로 ‘등교 이후 지침’을 자체적으로 마련한 까닭이다. 일요신문이 5월 4일 초·중·고등학교 교사 3명을 만나 각 학교의 지침 내용을 비교한 결과 각 학교의 지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통된 내용으로는 ‘공기순환형 장치(온냉풍기, 공기청정기) 가동 금지’ ‘정수기 이용 금지’ ‘공기 순환을 위해 수시로 창문 열기’ ‘점심시간 제외 이동 금지’ 등이었다. 이 밖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 간 팔짱끼기 금지’ ‘학생 간 대화 금지’ ‘학생 화장실은 반 별로 사용 시간 정하기’ 등의 구체적인 지시 사항도 있었다.
문제는 내려온 지침들의 내용이 막상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32)는 “이런 내용의 지침을 완벽하게 따를 수 있는 학교가 몇이나 되겠나. 아이들이 팔짱을 끼는지, 점심시간에 교실 안에만 있는지, 지금 마시고 있는 물은 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일일이 학생을 따라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 B 씨(30)는 에어컨 가동을 자제 및 금지하도록 한 지침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어컨 없이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마스크를 쓴 상태로 7시간 이상의 수업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B 씨는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시범 수업을 진행해봤는데 수업시간 50분을 채우기 힘들었다. 이런 식으로 하루 4~5개의 수업을 진행하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한 아크릴 판도 준비했지만 판서를 위주로 하는 수업이라 크게 유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들끼리의 접촉도 교사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B 교사는 “두 달 만에 친구를 만난 아이들에게 ‘학생 간 대화 금지’ ‘2명 이상 다니지 않기’를 지도한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체육이나 음악 등 단체 활동이 불가피한 교과목에 대한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벌써부터 에어컨 가동 여부를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학교 등 공공기관의 경우 에어컨 가동 적정 온도인 26℃에 맞춰 기기 가동 여부를 결정하는 까닭이다. 고등학교 행정실 업무를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는 한 관계자는 “학교는 사설 기관에 비해 에어컨 가동 기준이 더 높은 편이다. ‘덥다’는 민원만으로 무조건 에어컨을 트는 것이 아니다. 가동 적정 온도인 26℃를 넘어야 한다. 매년 에어컨을 가동하는 시기도 6월 중순~8월 정도였다. 등교 이후 에어컨을 못 틀 것이라는 걱정을 하기는 이른 시기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럼에도 현직 교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생활에 대한 민원 처리와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교사들의 몫인 까닭이다. A 교사는 “동료 교사들은 ‘융통성 있게 지침을 따르면 된다’고 하지만 만약 등교 이후 교내 코로나19 환자가 생기면 이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발생한 학교나 교사 개인이 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학교가 지침 내용을 지켰는지 세심하게 따져 볼 것이다. 지킬 수 없는 지침을 만들어 놓고 차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교사 개인이 떠안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 교육부가 제시한 지침에 따르면 선풍기와 에어컨 가동이 금지되어 있는 게 맞다”면서도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상황이 전환된 만큼 이에 따른 학교방역 매뉴얼 및 가이드라인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여 각 학교에 알릴 예정이다. 학사 운영 방식 결정권이 학교장에게 있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 미리 지침이 작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조만간 에어컨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만들어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에서 에어컨 바람의 환류 때문에 비말이 확산돼서 전파가 좀 더 멀리까지 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많은 연구가 진행된 것은 아니며 이에 대한 가능성만 제기된 것”이라며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수시로 공기를 환기시키면 에어컨 사용도 가능하다고 본다. 전문가 의견을 모아 에어컨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을 정교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기청정기 사용에 대해서는 “관련 내용을 좀 더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