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과학 홈페이지. ‘믿음으로 면역력을 높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신흥종교단체인 ‘행복의 과학(Happy Science)’에 대해 집중 소개했다. 매체는 “행복의 과학이 일본판 사이언톨로지”라면서 “비밀스럽고 언론에 적대적인 곳”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종교단체들이 “예배와 집회, 연수회 등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행복의 과학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말부터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격퇴 기원’이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참가하려면 일정 금액 이상을 봉납해야 한다. 일본 매체 ‘하버비즈니스’에 따르면 “봉납 기준은 1만 엔(약 11만 원) 이상”이다.
행복의 과학 홈페이지에는 “믿음으로 면역을 높여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기도문에도 “엘 칸타아레여, 그 이름 아래 믿는 자만을 구원해주소서”라고 썼다. 여기서 ‘엘 칸타아레’는 행복의 과학 창립자이자 총재인 오카와 류호(大川隆法)를 가리킨다. 즉, “교주를 믿는 자만 살려달라”는 기원이다.
교단이 운영하는 뉴스사이트 ‘더리버티’에 의하면 “오카와 총재는 2월 22일 가가와현, 3월 14일에는 미야기현에서 강연회를 열었고 각각 1300여 명과 12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특히 2월 강연회에서 총재는 마스크를 착용한 청중들을 보고 “(마스크는) 실제로 전혀 필요 없습니다.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사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 법력(신통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전혀 신경 쓰지 말고, 오히려 고치러 왔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행복의 과학 창립자이자 총재인 오카와 류호.
2월 초에는 ‘중국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영사’라는 책도 출판했다. 이른바 “영언(霊言)으로, 오카와 총재가 우주인의 영혼과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고 한다. 교단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감염은 중국이 발원이다. 신을 믿지 않은 공산주의 독재국가, 중국에 의한 인권탄압 및 패권주의가 ‘증오의 파동’에 의해 ‘악령화’됐으며, 그 결과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두말할 필요 없이 영언도, 외계인도, 증오의 파동도, 악령화도 모두 행복의 과학이 내세우는 종교적 메시지일 뿐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바이러스 대책 기도문에서 알 수 있듯이, 행복의 과학은 신자만 구원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신자가 다른 가족이나 지인을 구하고 싶다면, 결국 “포교활동에 힘써 입회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행복의 과학 창립자인, 오카와 류호는 1956년 도쿠시마현 출생으로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1981년 대오(大悟, 깨달음을 얻고 영계와 도통)하여 자신이 ‘인류 행복화’의 사명이 있는 ‘엘 칸타아레(지고신)’임을 각성했다”고 한다. 이후 1986년 행복의 과학을 설립했으며, 세계 100여 개국에 관련 종교시설을 마련했다. 심지어 서울에도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재팬에서 판매되고 있는 오카와의 코로나 관련 책.
이번에도 ‘오카와는 흐름에 빨랐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즉시 관련 서적을 펴냈기 때문이다. 4월에는 영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뉴욕타임스에 의하면, 행복의 과학은 책 시리즈와 함께 코로나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DVD와 CD도 판매 중이다. 거기엔 “오카와의 목소리만으로도 면역 강화 능력이 유지된다”는 설명이 달려 있다고 한다.
행복의 과학은 정치활동에 적극적인 종교로 유명하다. 2009년 5월에는 ‘행복실현당’이라는 정당을 창립했다. 특별히 ‘우익성향이 강하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며 우익 표심을 자극하고 나섰지만, 한 번도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하진 못했다. 지방의원 선거는 2019년까지 총 44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나 어떤 의회에서도 행복실현당 소속 의원이 2명 이상인 경우가 없어 사실상 영향력은 미미한 편이다.
일각에서는 “행복의 과학 교리가 정통종교와 거리가 멀다” “다단계방식으로 종교가 아니다”는 비난도 거세다. 이번 코로나 저서 역시 “코로나19와는 무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며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악용한 상술”이라고 지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오카와 총재를 앞장서서 비판하는 사람은 그의 장남인 히로시다. 히로시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추종자들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행복의 과학 측은 지난 4월 7일 “히로시와 악의적 기사를 실은 출판사 신초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본 민간요법 코로나19 상품, 효능은? 일본 매체 ‘하버비즈니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특별히 제품의 효능을 언급하고 있진 않으나, 동종요법 신봉자들 사이에서 꽤 화제”라고 한다. 동종요법은 “환자에게 그 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는 약물을 투여해 자연치유력을 촉진”하는 민간요법이다. 보통 ‘레메디(Remedy)’라 불리는 약물을 마시는데, 증상에 따라 수많은 레메디가 판매된다. 그 가운데는 비소나 수은이 들어간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레메디 자체는 해가 없다”고 한다. 100분의 1, 1000분의 1, 100만 분의 1로 희석해서 약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상 약물 성분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동종요법을 제창하는 단체 중에는 일반 의료진에 의한 치료와 백신을 부정하는 곳이 있어서 문제다. 동종요법을 신봉하다보니, 치료를 거부해 건강을 해치거나 사망하는 비극이 끊이질 않는다. 일례로 2009년 일본의 한 조산원에서는 신생아에게 비타민K를 투여하지 않고 레메디만 먹였다가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조산사가 속해 있던 호메오파시의학협회의 명예회장이 이번 ‘서포트φ코로나’를 발매한 회사 창업자이기도 하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