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싱글벙글쇼’는 1973년 시작된 시사오락 프로그램으로 강석이 1984년부터 DJ를 맡았고 김혜영은 1987년에 합류했다. 청취자들에게 익숙해진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도 벌써 33년이나 됐다. 지난해 32주년 당시 모습. 사진=MBC ‘싱글벙글쇼’ 홈페이지
MBC 라디오를 대표하는 장수프로그램 ‘싱글벙글쇼’는 1973년 시작된 시사오락 프로그램으로 강석이 1984년부터 DJ를 맡았고 김혜영은 1987년에 합류했다. 강석은 무려 36년, 김혜영은 33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취자들에게 익숙해진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도 벌써 33년이나 됐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은 ‘싱글벙글쇼’를 지켜왔다. 강석은 모친상 때를 제외하면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고 김혜영은 결혼식 당일 웨딩드레스를 입고 방송을 진행했을 정도다. 이제 이들을 둘러싼 이런 일화들은 말 그대로 ‘전설’이 됐다.
강석은 1975년 DBS 동아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해 1978년 TBC 동양방송 특채 코미디언으로 정식 데뷔했다. TV에서는 코미디언으로 주로 활동했지만 코믹 MC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김혜영은 1981년 MBC 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둘 다 TV에서 큰 인기를 끌던 코미디언이지만 ‘싱글벙글쇼’ DJ가 된 이후에는 TV 활동을 자제하며 라디오에 집중해왔다. 그러기에 가능했던 33년이다.
기본적으로 ‘싱글벙글쇼’는 소시민들의 다양한 사연과 애환을 전해주는 방송이었지만 유명 정치인들의 성대모사를 통해 시국을 풍자한 ‘서울공화국’ 등 다양한 시사풍자 코너가 큰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TV 시사 풍자 코미디의 명맥을 당시 활동했던 두 코미디언이 DJ가 돼 라디오에서 30년 넘게 이어온 셈이다.
TV에서 시사풍자 코미디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에서 강석과 김혜영이 떠난 ‘싱글벙글쇼’가 그 명맥을 어떻게 이어갈지도 큰 관심사다. 이들의 후임 DJ는 시사평론가 겸 방송인 정영진과 가수 배기성이 맡게 된다. ‘시사’라는 명맥을 이어가려는 MBC 라디오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후임 인선이지만 아무래도 1980년대 TV 시사풍자 코미디의 산증인인 강석 김혜영의 공백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싱글벙글쇼’는 MBC 표준FM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오전에 방송되는 ‘여성시대’, 정오 무렵 방송되는 ‘싱글벙글쇼’ 그리고 오후 4시부터 6시 사이에 방송되는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이 오랜 시간 서민들과 동고동락해왔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다른 장수 프로그램도 있지만 청취자 연령대가 특정되는 데다 DJ도 자주 교체됐다.
이런 장수 프로그램들 가운데 골드마우스 DJ를 보유한 방송은 이제 양희은의 ‘여성시대’뿐이다. 2017년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DJ 최유라가 하차한 데 이어 이번에 강석과 김혜영이 동시에 하차하기 때문이다. 과거 라디오 전성기를 이끌던 이종환, 김기덕, 이문세 등도 골드마우스의 반열에 올랐지만 이들을 배출한 프로그램들은 골드마우스 DJ의 하차 이후 과거의 인기를 잃었다. ‘싱글벙글쇼’를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애청자들은 강석 김혜영의 하차 소식에 2016년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최양락이 하차했을 당시를 더 떠올린다. 대표적인 시사 오락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끈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DJ 최양락 역시 1980년대 TV 시사 풍자 코미디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3김 퀴즈’라는 대표 코너를 아직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가 폐지된 이후 MBC 라디오의 시사풍자 맥락을 ‘싱글벙글쇼’가 이어왔는데 이제 강석과 김혜영도 하차한다.
신임 DJ 정영진은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방송에서 했던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비용을 내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매춘과 다르지 않다” 등의 말들 때문이다. 사진=EBS ‘까칠남녀’ 방송 화면 캡처
더군다나 그 명맥을 이어 받게 된 신임 DJ 정영진은 방송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과거 방송에서 했던 “김치녀라는 말이 기분 나쁜 여자들은 자기는 살짝 김치녀인데 아니라고 하는 여자들” “남성들이 주로 데이트비용을 내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의 태도는 넓은 의미에서 매춘과 다르지 않다” “여자의 적은 여자가 맞다” 등의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골드마우스 DJ들의 연이은 하차는 절박한 MBC 라디오의 현실을 보여준다. 한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는 “과거에는 MBC 라디오가 독보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씩 SBS 라디오가 성장해왔고 이제는 TBS도 급성장하고 있다”라며 “SBS 파워FM에 왕좌를 내준 MBC 라디오국이 이번 개편을 통해 청취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률 조사기관에서 정확한 시청률 데이터가 나오는 TV와 달리 라디오의 청취율 조사는 꽤 들쑥날쑥했다. 심지어 2007년에는 전혀 다른 데이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MBC가 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하반기 라디오 청취율에선 ‘지금은 라디오시대’ ‘싱글벙글쇼’ 등 MBC 프로그램이 상위 1~6위를 차지했지만 비슷한 시점에 발표된 S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결과에선 SBS 파워FM(107.7MHz)의 ‘두시 탈출 컬투쇼’가 최초로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율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왔다.
요즘은 한국리서치가 분기별로 라디오 청취율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1분기의 경우 SBS 파워FM이 청취 점유율 24.7%, 13~59세 타깃 점유율 27.9%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두시 탈출 컬투쇼’, ‘김영철의 파워FM’, ‘붐붐파워’, ‘박소현의 러브게임’ 등 SBS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대거 톱7에 포함됐다. 과연 골드마우스 DJ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두며 청취율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MBC의 시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