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돌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일이 70일이나 늦어졌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현대가 우승 경쟁, 2년 연속 이어질까
2019시즌, K리그는 역사상 가장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시즌 내내 선두자리를 놓고 다퉜다. 10회는 족히 넘게 양 팀이 1, 2위를 오갔다. 최후에 웃은 팀은 전북이었다. 시즌 최종전에서 울산은 패배, 전북은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 주인이 결정됐다.
이들의 경쟁은 2020시즌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수년간 위축세를 보인 K리그 이적 시장에서 양팀은 지난겨울 독보적인 ‘영입 전쟁’을 펼쳤다. 전북은 쿠니모토 조규성 김보경 홍정호를, 울산은 이청용 원두재 조현우 윤빛가람 등을 품에 안았다. 국가대표를 방불케 하는 명단이다. 기존 선수단 역시 K리그 내 가장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고 있는 두 팀은 또 다른 검증된 자원 수집에 열을 올렸다. 오직 우승만 바라보겠다는 의지다.
선수단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사령탑은 전북 조세 모라이스, 울산 김도훈 감독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K리그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팀이지만 감독들의 상황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해 우승 감독임에도 일부의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우승 과정에서 곡절이 많았던 탓이다. 지난 3월 때 아닌 브라질리그 이적설에 휘말리며 혼란을 야기했다. 김도훈 감독은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준우승이라는 결과로 ‘실패’라는 낙인이 찍혔다. 결정적 순간 결과를 내지 못해 위기 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울산 구단은 스타 영입으로 다시 한 번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두 감독에게 이번 시즌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이번 시즌 우승 여부가 모라이스, 김도훈 감독의 이후 커리어에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울산 유니폼을 입고 1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이청용은 올시즌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 중 하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돌풍 이어가야 할 서울-포항-대구-강원
FC 서울은 2018시즌 11위에서 2019시즌 3위로 반전을 이뤄냈다. 친정팀에 돌아온 ‘레전드’ 최용수 감독은 1년 만에 팀을 바꿔놓았다. 시즌 중반 10경기 연속 무패행진으로 우승권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뒷심’이 부족했다. 여름 이적시장서 보강에 나서지 않은 탓에 후반기 성적이 저조했다. 결국 힘겹게 3위 자리를 지키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한찬희 김진야 한승규 등 영건들이 새롭게 가세한 이번 시즌, 지난해 전반기 기세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시즌 전후반기 성적이 가장 극명했던 팀 중 하나다. 개막부터 이어진 극심한 부진으로 최순호 감독이 사퇴했고 김기동 감독이 코치에서 승격해 팀을 수습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3위)을 넘보기도 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15골 9도움이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던 완델손의 공백(알 이티하드 이적)을 메워야 한다.
대구 FC는 지난 시즌 K리그 최대 히트상품이었다. 새로운 축구전용구장(대구은행DGB파크) 개장과 함께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로 팬들을 끌어 모았다. 홈경기 매진 사례는 큰 수확이었다. 팬들의 성원에 선수들은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5위)으로 보답했다. 대구는 울산으로 떠난 스타 골키퍼 조현우를 제외하면 돌풍의 주역들을 대부분 지켜냈다. 평균연령 23.8세의 리그 최연소팀 대구에 다시 한 번 시선이 집중된다.
강원 FC는 경기력 자체만으로 리그 내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김병수 감독의 특별한 지도는 ‘병수볼(김병수+볼)’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였다. 스토브리그에선 김 감독의 옛 제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병욱 임채민 김승대 서민우 등 서울 이랜드, 영남대 시절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은사를 찾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020 버전 병수볼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미남 스타’ 정승원은 지난 시즌 대구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요동칠 강등권, 상주에 물어봐
2020시즌 K리그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군팀인 상무와 상주시의 연고지 계약 마지막 해다. 상무는 이번 시즌을 마치면 상주시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어야 한다. 상무의 연고지 이전은 ‘재창단’으로 해석되기에 신생팀은 2부리그에서 시작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이들은 강등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에 해마다 1.5팀이 강등되는 K리그1은 개막을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상주가 성적에 관계없이 강등이 확정되며 승강제 형태를 놓고 논의가 이어졌다. 승격을 노리는 K리그2에선 상주를 별개로 1.5팀 승격을 주장했고 K리그1은 상주를 포함한 0.5팀 강등을 주장했다.
결론은 상주의 성적에 달렸다. 상주가 최하위(12위)를 기록한다면 기존과 같이 1.5팀이 승격-강등된다. 반면 상주가 최하위를 면할 경우 상주가 12위 팀과 함께 강등, 2부리그에서 2팀이 승격한다.
결국 큰 틀에선 달라질 것이 없다. 10위 이내 성적표만 받아든다면 강등은 먼 이야기다. 하지만 승강제 도입 이후 언제나 그래왔듯,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성남 FC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새로운 체제(김남일, 임완섭 감독)로 개막을 맞이한다. 광주 FC와 부산 아이파크는 각각 3년, 5년 만에 1부리그 복귀를 노린다. 2019 FA컵 챔피언 수원 삼성은 지난 2~3월 챔피언스리그에서 입은 2패로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