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가 2018년 4월 준공한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 전경. 체육관은 가설건축물로 건축법에 따라 존치 기간이 3년 이내다. 사진=박현광 기자
일요신문이 입수한 2019년 7월에 작성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용산구는 도시계획시설의 설치 장소로 결정된 교통광장에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을 설치했다. 감사원은 이를 국토계획법 64조 위반으로 판단했다. 국토계획법 64조에 따르면 교통광장과 같이 도시계획시설의 설치 장소로 결정된 곳엔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건축물이나 가설건축물 설치를 허가하면 안 된다. 쉽게 말해 현행법상 교통광장에 다목적 체육관을 설치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용산구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현실적으론 16억 3000만 원을 들인 체육관을 철거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가설건축물인 체육관의 존치 기간을 연장하자니 또다시 불법 행정을 하는 꼴이 된다.
가설건축물 존치 기간을 연장하는 절차는 가설건축물 허가를 받는 절차와 같다. 가설건축물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셈이다. 건축법 20조(가설건축물) 2항 1호에 따르면 관할지자체장은 국토계획법 64조를 위배한 경우가 아닐 때 가설건축물 허가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토계획법 64조를 위배한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은 존치 연장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이 지어진 땅의 주인인 서울시의 입장도 변수다. 용산구는 서울시와 관련 협의를 아직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용산구와 관련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며 철거 요청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둔 게 없다”고 전했다.
일요신문 취재 과정에서 용산구의 안일한 행정이 드러나기도 했다. 용산구는 ‘가설건축물 허가 신청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가설건축물 축조 허가를 신청할 땐 철거 날짜를 명시한다.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은 정해진 철거일조차 없는 가설건축물이다.
용산구 건축과 관계자는 “신청자와 허가자가 용산구청장으로 같아서 신청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고 부서 간 협의에 의해서 진행했다”며 “부서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모른다”고 전했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신청자와 허가자가 같다고 기본 절차인 신청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는 설명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용산구는 그렇다고 체육관을 포기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구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철거는 어렵다. 서울시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진숙 미래통합당 용산구의원은 “2017년 11월 행정사무감사 때부터 법규 위반을 지적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감사원 지적을 받고도 후속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감”이라며 “서울시와 잘 협의해서 구민에게 도움이 되는 결론을 이끌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